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貧弱한 올페의 回想」/ 최하림

나무들이 日前의 폭풍처럼 흔들리고 있다

먼 들을 횡단하여 나의 精神은 不在의 손을 버리고

쌓여진 날이 비애처럼 젖어드는 쓰디쓴 理解의 속

퇴각하는 계단의 광선이 거울을 통과하며 시간을 부르며

바다의 脚線 아래로 빠져나가는

오늘도 외로운 發端인 우리

아아 무슨 根據로 물결을 출렁이며 아주 끝나거나 싸늘한 바다로

나아가고자 했을까 나아가고자 했을까

器械가 의식의 잠속을 우는 허다한 허다한 港口여

內部에 쌓인 슬픔을 수없이 작별하며 흘러가는 나여

이 雲霧 속, 찢겨진 屍身들이 걸린 침묵 아래서 나뭇잎처럼

토해 놓은 우리들은 오랜 붕괴의 부두를 내려가고

저 시간들, 배신들, 나무와 같이 심은 별

우리들의 소유인 이와 같은 것들이 肉體의 격렬한 通路를 지나서

사진에서 보는 시인의 얼굴은 올페의 시처럼 선이 굵은 남성적 표정이다. 일면식도 없는 시인의 얼굴에서 우선 올페를 떠올린다. 시에서 한자말을 그대로 읽는다. 더 섬세하고 더 힘차다. 1964년의 신춘문예 등단작인 「貧弱한 올페의 回想」을 또렷이 기억하는 나로선 유장한 그 시의 불란서發 우수를 결코 잊을 수 없다. 올페라는 그리이스 신화 탓에 나는 이 시와 지중해의 푸른 수면을 함께 읽었다. 올페, 바슐라르, 발레리 등은 70년대 문학 청년들에게 낭만의 텍스트였던 것.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와 최하림의 「貧弱한 올페의 回想」이 뒤섞이고 그 위에 다시 고트프리드 벤의 「시체공시소」 등이 겹쳐지는 나의 70년대 후반은 도저한 낭만주의가 문학 수업에 자주 끼어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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