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성
사적 제118호로 지정되어 있는 진주성(둘레 1천760m)은 진주의 역사와 문화가 집약된 곳으로 본래 토성이었으나 고려 우왕5년(1379년) 때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의 치열했던 기록을 간직한 유적답게 김시민 장군 전공비를 비롯해 촉석루, 의암, 국립진주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자리잡고 있다. 답사 장소로 손색이 없어 수학여행지로 인기있는 곳이다.
진주성문 안으로 들어서면 남강을 굽어보고 있는 촉석루(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8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남원 광한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히는 촉석루는 정면 5칸, 측면 4칸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고려 고종28년(1241년)에 창건된 뒤 여러 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쳤다. 전시에는 지휘본부로 사용되었지만 평시에는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다. 과거 시험장으로도 활용돼 '장원루(壯元樓)'라 불리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시민들이 힘을 모아 1960년 복원했다. 촉석루에 올라서면 시원스레 펼쳐진 남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황포돛배가 그림처럼 떠 있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촉석루에서 바라보는 남강의 경치도 운치 있지만 진주성 맞은편에서 보는 촉석루의 모습도 일품이다.
촉석루 앞 돌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작은 섬처럼 떠 있는 바위가 나타난다. 바로 의암(義岩)이다. 깍지 낀 손가락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열 손가락에 가락지를 낀 논개가 왜장 에야무라 로쿠스케를 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곳이다. 본래 위암(危岩)으로 불렸으나 조선 여인의 기개를 유감없이 보여 준 논개를 기리기 위해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바위가 움직여 촉석루 쪽 바위 절벽에 와 닿으면 큰 재앙이 발생한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촉석루 옆에는 영조 16년(1740)에 세워진 논개사당인 의기사가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이다. 1984년 가야문화 중심 박물관으로 개관했으나 진주성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1998년 임진왜란을 주제로 하는 역사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11개 테마로 나눠 관련 문화재를 전시한 임진왜란실, 재일동포 두암 김용두 선생의 기증유물을 전시한 두암실, 기획전시실, 역사문화실,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15분 짜리 진주대첩을 매시 정각 상영하는 3D 입체영상관 등이 있으며 보물 647호 천자총통 등 3천5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진주성 입장료 어른 1천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이며 주차비는 소형 30분 500원, 10분 초과당 200원이다.
◆ 진양호
남강댐 건설로 인해 조성된 인공호수로 경호강과 덕천강이 만나는 곳에 있다. 실타래처럼 구불구불한 진양호 호반 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울창한 산길과 함께 크고 작은 산을 섬처럼 보듬은 진양호를 굽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주성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진양호 공원은 안재욱'이은주 주연의 영화 '하늘정원'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곳으로 동물원(입장료 어른 1천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 진주랜드 등 각종 위락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 나들이 또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다.
또 수질이 깨끗하고 물살이 잔잔해 조정선수들의 훈련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40대에 요절한 진주 출신 가수 남인수를 기리는 동상과 그의 대표곡 '애수의 소야곡' 노래비가 있는 곳에 가면 조정선수들의 힘찬 구령소리가 들려 온다. 남인수 동상 인근에 위치한 1년(365)계단에 올라서면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진양호 전경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진양호 공원 전망대인 우약정은 노을 감상에 좋은 포인트다. 작은 보트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황금빛 물위를 미끄러지듯 빠져 나가는 모습은 참 황홀하다.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진양호를 건너온 향긋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 용호정원
명석면 용산리 진주~산청 간 3번국도 변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특별한 이유는 바로 조성 이유 때문이다. 용호 정원은 1928년 박헌경이 구휼 목적으로 만들었다. 당시 거듭되는 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박헌경은 자신의 재산을 털어 구호사업을 벌였다. 먼저 용산리 뒷산에 용산사라는 절을 세운 뒤 그것으로 모자라 용호정원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박헌경은 또 이재민들에게 집과 땅을 나눠 주고 소작인의 부채를 탕감해주기도 했다. 부를 과시의 수단이 아니라 나눔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그의 행동에 감동 받은 사람들은 감사의 표시로 공덕비를 세웠다. 용호정원 주변에 나란히 서있는 7개의 공덕비가 박헌경의 업적을 대변해주고 있다.
조성 이유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용호정원은 개인을 위한 정원이 아니라 마을공동의 정원이다. 조비 마을이라는 표지를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논을 사이에 두고 용호정원이 자리잡고 있다. 논과 정원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담장도 없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개방적이다. 공원 성격을 가진 정원으로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용호지 주변에는 고분을 연상시키는 작은 산봉우리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연못을 팔 때 나온 흙으로 만들었는데 모두 12개다. 중국 사천성에 있는 무산십이봉을 본떠 만든 가산(假山)이다.
수련이 심어져 있는 용호지에는 작은 배 하나가 묶여 있다. 용호지 한 가운데 있는 정자(용호정)까지 줄로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타고 줄을 당기면 용호정에 오를 수 있다. 팔각정인 용호정은 연못 안에 초석을 놓은 뒤 그 위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은 구조를 하고 있어 마치 물 속에서 솟아난 듯 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Tip]
진주성 공북문으로 나와 북장대 방면으로 조금 걸어가면 인사동골동품거리가 나온다. 서울 인사동의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게 앞 도로까지 점령한 다양한 골동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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