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이 보인다] 중산층 살아남기

상담을 하다보면 경기가 어려울수록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하나 있다. 보통 목돈이 어느 정도 있는 투자자의 투자 문의가 많은데 주식과 부동산이 이제는 바닥인 것 같다. 지금이 투자할 때가 아닌지 등이다. 반면 중산층 투자자들은 투자할 돈은 없고, 수입도 줄어든 마당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등 현재의 어려운 형편을 얘기한다.

경제 불황이 깊어 갈수록 중산층은 벼랑 끝에 내몰리기 쉽다. 그동안 간당간당 유지했던 중산층이라는 위치가 위협을 받는 것이다. 미래기획위원회에 따르면 10년 전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이 10%포인트나 줄어들었다. 6년 전과 비교해도 7%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KDI 등 여러 자료들을 봐도 중산층 비중이 갈수록 낮아짐을 알 수 있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일부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불황이 곳곳에 진행 중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앞으로도 중산층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실업과 자산가치 하락, 금융부채 등으로 언제 중산층 아래로 떠밀려 내려갈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밀려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용이 생명.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하락하는 가장 큰 통로는 '실업'이다. 갑자기 닥친 실직 등은 더 이상 중산층으로 버틸 수 있는 실탄이 부족해짐을 의미한다. 실직의 보상금이라고 할 수 있는 퇴직금도 응급약은 될지언정 치료약은 되기 어렵다. 퇴직금 등을 모아 창업을 시도해 보지만 결코 장밋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과 같은 불황에서는 어떤 사업도 핵심적인 기술이 있지 않는 한 성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극소수에 불과한 성공 사례를 보고 쉽사리 뛰어들다가는 자칫 낭패를 보기 쉽다. 퇴직금으로 소액창업이나 원룸 임대료로 고정수입을 확보하려고 하는가? 지금은 퇴직을 결정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불황에 끝까지 견뎌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정을 담보 하지 말라=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적으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이다. 가정의 안존과 직결되는 집을 담보로 거래하는 행위는 가장 위험한 행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7년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금융기관의 전문가들은 소위 레버리지 효과를 말했다. 즉 은행대출이 연간 6%이고, 당시 펀드기대수익률이 연간 30%라면 대출로 연간 원금의 20%가 넘는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08년 많은 투자자들은 펀드 반토막에다 대출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무리한 투자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설령 경기가 좋을 때라도 듣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지름길이 바로 가정을 담보로 거래하는 행위라는 것을 잊지 말자. 또한 담보나 빚은 자산가치의 하락을 가져온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앞으로 지속된다고 하면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채는 그대로인데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내 재산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3억원의 가치라고 생각한 부동산을 1억원의 빚을 지고 샀는데 어느 날 부동산 가격이 2억원으로 줄어들게 되면 내 자산은 순식간에 1억원이 증발하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빚을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나리오에 큰 오차가 생긴다. 문제는 부채다. 자산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부채는 절대 줄어드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내가 갚아야 할 빚의 무게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불황을 견딜 수 있는 가장 큰 지혜는 자산가치의 하락에 대비해 부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구입은 일단 미루고 부채를 최대한 빨리 갚는 것이 위험에 대비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물가상승분만큼 아껴라=경기가 나쁘다고 해도 경기부양책 등의 여파로 물가는 꾸준히 오르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래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내 월급봉투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데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물가까지 오른다면 결국 내 재산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물가 상승분만큼은 상쇄시킬 방법이 있다. 이때 아끼는 재테크가 필요한 것이다. 저축을 못하는 이유는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버는 것이 줄어들었다면 쓰는 것도 줄이면 된다. 여기에다가 물가 상승분만큼 더 절약해야 한다. 물론 지출관리는 무조건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지출관리의 핵심은 덜 중요한 것을 줄이는 지혜다. 당장 필요한 사교육이 아니라면 인터넷이나 가정 학습 등으로 대체를 한다든지 가계부를 활용하여 한 달간 소비성 지출 점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053-746-2211)

노경우 (위드VIP자산관리㈜ 컨설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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