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윤(55)씨는 지난달 초 우편함을 정리하다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집이 경매에 부쳐진다는 법원의 결정문을 받았기 때문. 류씨는 "다른 집 우편물이 잘못 전달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재개발사업과 관련 시행사 직원에게 공증을 선 종이 한 장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류씨가 하루아침에 1억2천만원이라는 빚더미에 오르고 집까지 법원 경매물건으로 오른 사연은 뭘까?
2005년 류씨가 사는 대구 동구 신천3동이 재개발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얼마후 시행사 직원 P(47)씨가 찾아와 "보상가를 더 많이 받아주고 현금으로 한꺼번에 주겠다. 대신 나에게 차액의 일부를 떼준다는 공증을 서달라"고 했다. 류씨는 P씨에게 1억2천만원의 채무 공증을 서줬고, P씨는 다른 사람에게 거액의 돈을 빌린 뒤 잠적했다. 결국 류씨는 하루아침에 채무자로 몰렸으며 재개발사업도 표류하는 바람에 돈을 갚을 수 없어 집까지 압류됐다. 류씨는 "평생 만져본 적 없는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생각에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채무공증을 서준 게 화근이 됐다"며 땅을 쳤다.
류씨와 같은 처지의 동네주민은 8명에 이른다. 이것도 경찰에 신고한 사람일 뿐이며, 주민들이 P씨 대신 진 빚만 해도 1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P씨는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조만간 통장에 수억원의 보상비가 들어올 테니 내게 떼줄 몫은 안전하게 채무 공증을 서달라"며 사기를 쳤다.
8천5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서정현(61)씨도 "보상비를 높게 받아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겠느냐, 지난주 집 경매처분 통보를 받고 분통이 터져 밤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P씨가 근무했던 시행사 측은 "P씨가 회사에 나오지 않은 지 오래됐다. 회사도 행방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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