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방가사, 양반 집 담을 넘어 세상을 만나다

TBC '2009 경북 민속문화의 해 특별기획 8부작-위대한 유산'

TBC 대구방송은 '2009 경북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특별기획 8부작 '위대한 유산'을 제작해 17일 제1부 '어화세상 벗님네야'(오후 11시20분)를 60분간 방송한다. 일제 강점기 처녀 공출을 피하기 위해 열여섯 어린 나이에 결혼해 시아버지 구박 속에 딸 다섯을 내리 낳았던 양반집 여인. 자살을 기도할 만큼 고된 시집살이 속에서 여인은 한평생 어떤 내용의 글을 써왔을까? 집 밖에 내놓기 부끄럽다 했던 양반집 아녀자들의 글, 내방가사(內房歌辭)가 마침내 양반집 담장을 넘어 공개된다. TBC가 창사 14주년 특별기획으로 제작한 이번 프로그램은 내방가사의 본고장 안동을 중심으로 여전히 창작 전승되는 '여성의 글쓰기'를 한 여인의 생애를 통해 담아냈다.

내방가사는 조선 후기의 부녀자들이 지어 전해진 가사의 총칭으로 조선 여류 문학의 한 전형. 작자와 연대가 미상인 작품이 대부분이며, 특히 영남지방에서 많이 지어졌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은 임진왜란을 치르고 영·정조 이후부터는 민간에도 널리 유행하게 됐으며, 일반 평민이나 부녀자들 사이에도 창작이 활발해졌다. 조선 후기부터 경북지방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으며, 이들 중에는 불과 수십년 전의 작품도 발견되고 있다. 이번 다큐는 오래 전 없어진 것으로 생각했던 내방가사가 여전히 경북지역 종부들의 옷장 속에 집집마다 들어있다는 사실, 가사뿐만 아니라 편지글이나 제문을 비롯해 당시 대부분의 여성 글쓰기가 가사체 고유의 4·4조 4음보로 이뤄졌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새롭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 여인의 일대기를 연극 무대를 통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속 연극'이라는 실험적인 형식을 보인다. 연극은 기획 단계에서 시나리오 제작, 연출에 이르기까지 대구시립극단과 공동 작업으로 이뤄져 한 편의 독립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위대한 유산' 8부작은 '2009년 경북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경상북도와 TBC가 공동으로 기획해 동해안 별신굿, 나물과 약초, 마을 숲 등 경북의 혼과 맥을 담고 있는 민속 주제로 총 8편을 연중 제작 방송할 계획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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