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탁료(濁■) 계변(溪邊)에 금린어가 안주로다.
이 몸이 한가함도 역군이삿다.
맹사성의 연시조「강호사시가」의 첫째 수인 봄을 읊은 시조이다. 낯선 낱말을 풀이하면 대략 이렇다. '봄이 오니 절로 흥겨워진다. 맑은 냇가에 앉아 쏘가리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며 한가하게 살 수 있으니, 이것은 모두 변함없는 임금의 은혜이다.
맹사성은 고려 공민왕 때 태어나서 조선 세종 때까지 산 사람이다. 두 개의 왕조, 여덟 왕의 치세에 살았다. 그는 이성계의 쿠데타 이후 벌어지는 비정한 살육, 태종의 형제의 난과 정적의 제거 등 살얼음판을 딛고 용케도 살아남았다. 그후 세상이 안정되었고, 억울한 사람 하나 없다는 성군 세종대왕 치세에 나라의 요직을 두루 거쳐 72세 때에는 좌의정이 되었다. 황희 정승과 함께 청백리로 알려진 사람이다.
시조에서 보듯이 재상이면서도 시골의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유롭게 살았다. 그에게 강호는 숨어 지내며 불만을 해소하는 곳이 아니다. 중국 무협 영화에 나오는 무사들의 살벌한 투쟁의 장소도 아니다. 맹사성의 강호는 일체 모순과 갈등이 없는 완전한 조화의 세계였다.
그가 이처럼 세계와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부자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청백리로 알려진 사람이고 보면 부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국록을 받아 살면서 부자가 되었다면 도둑질을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의 흥겨움은 재물이 아닌 다른 데 있을 것이다. 세상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봄이 와도 그다지 흥겹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주머니가 얇아서일까. 임금의 은혜를 입지 못해서일까. 맹사성이 비록 나라의 대신(大臣)이지만 가진 것은 현재의 우리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세계와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현명함, 욕심 없는 삶, 의로움, 너그러움을 빼고는.
우리는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너무 각박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신명은 조화에서 나온다. 자신의 내적 조화는 물론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 나아가 인간과 귀신과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한국인에게 신명은 삶의 원동력이다. 신명나게 놀고 신명나게 일하면, 우리는 '신명나게'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연창 도보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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