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까이 하기엔 아직 먼' 지역 단체장들 개인 홈피·블로그

▲ 일러스트=김은미
▲ 일러스트=김은미

'소통 좀 합시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소통은 면대면(面對面) 이외에는 편지로나 가능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편지를 대신해 우리 시대의 소통 통로로 홈페이지, 블로그, 메신저 등이 생겼다. 선으로 연결돼 서로의 뜻을 전달한다는 이 세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홍보할 수 있는 창구 중 하나가 바로 블로그. 이미 많은 포털사이트에서 도나캐나 클릭 몇 번으로 만들 수 있도록 블로그 제작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만든다고 모두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웹(web)과 로그(log)의 줄임말이라는 풀이를 더이상 하지 않더라도 12년 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블로그는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어떤 글이든 자유롭게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출판·방송·커뮤니티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기에 미디어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나아가 대부분의 포털사이트에서 개인 블로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구를 갖춰두면서 대안언론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누구나 한다는 블로그. 하지만 인기있는 블로그에는 비결이 있었다. 기본에 충실한 것. 상호 소통의 도구로 이용하는 블로그야말로 조회수가 높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블로그, 인기의 비결은 상호 소통

블로그 랭킹 서비스를 하고 있는 대다수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소위 인기가 있다는 블로그를 찾아 분석해봤다. 이들 블로그는 50만번 이상의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블로그가 대부분. '콘텐츠가 달라야한다', '한 분야를 족쳐야 인기가 있다'는 말들은 교과서에만 나오면 됐다. 실제 이들의 공통점은 상호소통. 어떤 내용이냐도 중요하지만 댓글을 달아놓은 네티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글이 잇따랐다. '다음에는 이런 내용도 다뤄주세요'라는 댓글이 달리고, 블로그는 그에 대한 내용을 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궁금해하는 부분,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며 상호교감하고 있었다는 것.

그 때문에 댓글과 하이퍼링크가 핵심. 주요 연결고리인 댓글과 하이퍼링크는 조회수를 높이고 가치있는 블로그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특히 퍼온 글을 통한 블로그 콘텐츠는 찾기 힘들었다. 거의가 창작을 통한 것들. 저작권에서는 자유로워보였다. 자연스레 클릭수가 높을수록 노출 정도가 높기에 일부 블로거들은 자본의 흐름인 광고를 허락하기도 한다.

일부의 경우 블로그를 통해 월 200만원 선의 수입을 올린다고 하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 방문객 수에 비례해 한 번에 0.1원 정도라는 게 업계의 통설인 것을 감안한다면 광고료가 의외로 낮다는 점도 있다. 무엇보다 수익을 위해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수많은 광고판들로 인해 블로그가 너저분해진다는 단점도 있다.

?온라인 소통으로 더 주목받은 이들

온라인에서 생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www.nosamo.org)는 2000년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고문을 좋아하는 이들이 만든 최초의 온라인 모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0년 4월 13일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낙선,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가게 되지만 정당과 지역색을 깨려는 그의 시도를 높이 산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당시만 해도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던 지역주의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선 노무현을 지지하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던 것.

물론 당시 아이러브스쿨(www.iloveschool.co.kr)등 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 모임으로 직결되는 게 다반사였던 조류가 돌풍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같은 노사모 효과를 노린 정치권에서는 이후부터 온라인 홍보에 열을 올리게 된다. 노사모가 밑바닥부터 훑어 대세를 뒤집은 2002년 대통령 선거 이후, 첫 선거였던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실제 한 인터넷 언론이 2004년 총선 당선 요인 중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에게 물은 결과 51%가 '온라인 홍보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을 정도로 온라인은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에 확실히 자리 잡은 미디어가 됐다.

블로그로 인지도를 높인 대중스타도 있다. 영화배우 최성국은 그의 블로그에서 재치있는 답변으로 블로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 인물로 부각됐다. 상호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된 때문이었다.

?블로그, 그게 뭐지

온라인 상에서 집으로 불리는 홈페이지와 블로그는 업데이트가 관건. 업데이트가 잦아야 조회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지역 정관계 인사들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는 흉가나 다름없었다. 대구경북의 정관계 인사들의 블로그를 살펴보니 가관. 온라인 상에서 네티즌들의 접근은 있었지만 맞이할 자료가 거의 없었다. 2006년 5월 31일에 있었던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위한 블로그였던 것. 지방선거를 1년 가까이 앞둔 지금까지 업데이트 노력은 안 보였다.

블로그를 활용하는 이들도 싸이월드의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대부분. 없거나 있더라도 방치해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김범일 대구시장의 블로그는 마지막 업데이트가 2006년 5월 30일. 선거가 있기 직전일이었다. 미니홈피의 경우 심심찮게 네티즌들의 접근이 있었지만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이들이 적잖았지만 답글은 전혀 없었던 것.

반면 김관용 경북지사의 경우 김 시장에 비해 덜했다. 하지만 선거용으로 블로그를 개설한 것은 마찬가지. 업데이트 면에서는 2006년 5월 한 달간 '반짝'거릴 뿐이었다.

대구의 기초자치단체장들에게 개설된 블로그는 거의 없었다. 윤순영 중구청장의 경우 www.윤순영.com이라는 홈페이지 주소가 포털사이트에 번듯이 나오지만 정작 홈페이지는 없었다. 집주소만 있고 집은 없는 상황.

이재만 동구청장, 서중현 서구청장, 임병헌 남구청장, 이종화 북구청장, 김형렬 수성구청장, 곽대훈 달서구청장, 이종진 달성군수는 별도의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아예 없었다. 대신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구청의 다른 게시판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구청장과 함께하는 온라인 민원의 대부분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게 90% 이상" 이라고 말했다. 편의와 자유를 전제로 둔 온라인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

◆블로그, 아직은 알림 장소

블로그를 갖고 있는 관계 인사들도 드물었다. 물론 기존 블로그 사이트의 힘을 빌려 마련한 것이었지만 갖고 있는 사람들마저 관리에 소홀했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블로그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자신의 정견이나 생각을 알리는 것보다 주요 행사 알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남유진 구미시장, 이정백 상주시장, 신현국 문경시장도 블로그를 갖고 있었지만 업데이트란 거의 없었다. 다른 지자체장들은 블로그가 아예 없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홈페이지가 없는 사람이 없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도 신분이지만 지역구에 대한 보고를 가장 원활히 할 수 있는 창구가 홈페이지이기 때문. 그 때문에 이들의 홈페이지 업데이트는 상당히 매끄러웠다. 사나흘을 넘기는 경우가 없을 정도. 문제는 내용. 콘텐츠의 대부분이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몇몇 국회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반면 박보생 김천시장은 다른 기초자치단체장과 사뭇 달랐다. 블로그의 배경음악도 아이돌 스타의 음악을 설정해 젊은 감각을 줬고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특히 방명록에 일일이 답변글을 달아 네티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늘 바쁜관계로 답변이 늦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자주방문 해주세요.'라는 답변도 눈에 띄었다. 방문자 수도 1만6천명을 넘어서 다른 인사들과 대조를 보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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