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늘 나는 청와대' 대통령 특별기의 모든 것

"이명박 대통령님, 저는 기장 이○○입니다. 대통령 내외분을 모시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이번 순방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를 국민과 함께 기원하겠습니다."

한국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잦아지면서 대통령 특별기에 대한 관심도 높다.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하늘 위의 성역' 이다.

◆우리끼리 우리말로

특별기에서 첫눈에 띄는 차이는 기내 방송이다. 정규 노선에서는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등으로 방송을 하지만 특별기 내에서는 우리말로만 방송한다. 또 안전띠를 매라든가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뒤에 일어나라는 '잔소리(?)'도 하지않는다.

좌석 배치도 다르다. 대통령 특별기로 선정되면 항공사는 약 일주일 전부터 해당 비행기의 운항을 중지하고 안전 점검과 내부 개조에 들어간다. 1등석의 경우 기존 좌석을 뜯어내고 대통령 집무 공간과 회의실, 침실 등을 갖춘 '날으는 청와대'로 재단장한다.

비즈니스석에는 장관·수석 등 공식수행단이, 이코노미석에는 수행원, 음식 검식 요원, 정비사, 간호사, 운항통제사, 탑재관리사, 취재진 등이 탄다. 이들 구역에는 좌석 개조가 없지만 눈에 띄는 시설은 있다. 이코노미석 맨 뒤쪽 10줄 정도의 좌석을 없애고 설치하는 'VIP 특수물품 창고'다. 공항 도착 후 비행기에서 내릴 때도 이들 공간의 물품이 수행원보다 우선이다.

군용비행장인 성남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바람에 면세점을 이용할 수 없다. 필요한 물품은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요청하면 귀국할 때 공항에서 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 이용한 비행기는 대한항공의 보잉 747-400 기종으로 747계열 중 가장 최신 기종이다. 대통령실 경호처에서 운용하는 국가지휘통신망도 설치된다.

◆최고 대우

특별기에 타면 우선 기분이 좋아진다. 곳곳에 배치된 여승무원이 자신의 신상을 훤히 파악하고 있다. 컵라면 김밥 백반은 물론 커피 와인 맥주 등은 원하면 무제한 제공된다. 아픈 사람에겐 약도 주고, 진료도 해준다. '기내 도서관'도 차려지는데 이번 순방에는 '실크 로드'와 관련된 서적 등 20여종이 실렸다. 여승무원들이 사진도 함께 찍어 준다.

첫 번째 순방국 일정을 끝내고 두 번째 순방국으로 옮기기 위해 특별기에 타면 승무원들이 가족처럼 반갑다. 그만큼 금세 친해진 까닭이다. 귀국 후 헤어질 때 여승무원들은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간단한 메모를 한 카드와 선물까지 준다. 함께 찍은 즉석 사진도 선물이다.

◆'11-1'을 아십니까

특별기에 탑승하는 승무원은 항공사의 최정예 팀으로 꾸려진다. 대통령의 구체적인 일정이 극비인 만큼 청와대의 신원 확인을 거쳐 선발되며 경호처의 특별 보안교육도 받아야한다. 특별기 승무원 선발 사실을 일절 비밀에 부쳐야 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을 정도라고. 대통령과 수행원·취재단의 이름·직책·기호 등을 미리 파악해 놓는 것도 임무 중의 하나다.

이들은 해외 현지에서도 철저한 통제 아래 개별 행동이 금지된다. 수행단이 현지에서 업무를 보는 동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숙소에서 대기한다. 특별기 한 승무원은 "기존 수행팀에서 건강 등의 이유로 결원이 생기면 사내 추천을 받아 임원 면접을 통해 선발하는데 외모·친절도 등 여러 사항이 심사 대상"이라며 "VIP 담당 승무원의 경우 '20차례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한 승무원은 "대통령 특별기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11-1'로 부르는데 일반인들이 모르게 하기 위한 은어"라며 "특별기 승무원으로 선발되면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남모르는 부담감도 크다"고 털어놓았다.

◆전세기와 전용기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설 때 대부분의 경우에는 국내 항공사를 상대로 경쟁입찰 방식으로 민항기를 전세낸다. 통상 1대를 이용하며 동행하는 경제인 등은 각자 별도의 민간 항공편을 이용한다. 또 특별기로 선정된 항공사의 대표가 동행하는 것이 관례다. 이번에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동승했다.

대통령 전세기는 김영삼 정부 때까지는 대한항공이 독점하다시피 하다가 김대중 정부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경쟁 입찰을 통해 번갈아가며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특별전세기는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윤보다는 회사의 명예와 자존심 차원에서 입찰한다"며 "임차료는 순방 기간과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1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기업인 프렌들리' 정책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남미 순방 당시 현지 민항기를 타야했던 경제인들의 불편을 전해 들은 이 대통령이 전세기 이용을 지시하면서 청와대 수석·수행원들이 갑자기 비즈니스·이코노미 클래스로 강등(?)당해야 했던 것.

국내에도 대통령 전용기가 있기는 하다. 공군 1호기로 '코드 원(Code One)'으로 불리는 이 전용기는 1985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구입한 보잉사의 B737 기종. 1965년 제작됐으며 시속 약 900km로 3천400km 정도 날아갈 수 있다. 최장 베트남까지 비행할 수 있지만 노후한 까닭에 일본이나 중국 등을 갈 때만 이용한다. 다음달 초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담때도 이 전용기가 이용될 예정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까지 타고 갔다.

◆신형 전용기 필요한가

현재의 전용기는 제작한 지 40년이 넘다 보니 운항보다 부품 교체 및 정비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야말로 '날아가는 게 신기할 정도'인 고물 비행기인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전용기 도입을 계속 추진해 왔다. 하지만 국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순환을 되풀이하면서 제자리 걸음이다. 현 정부도 올 3월, 3천억원을 들여 2014년까지 보잉 787급 이상이나 에어버스 340급의 전용기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06년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미주 및 유럽까지 논스톱 비행이 가능한 전용기를 25년간 운영할 경우 연 4회까지는 단기 임차 방식이 저렴하지만 연 5회 이상부터는 구매해 운영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해외순방 일정이 많아지면 전용기를 보유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청와대 측은 발주에서 구입까지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새로 구입하는 전용기는 차기 정부가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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