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넌 꼭 잘 할거야…힘들면 얘기하렴"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는 내가 더 나은 곳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며 시골에서 대구로 전학을 보내셨다. 처음에는 기대와 설렘으로 도시에 대한 환상을 안고 대구로 왔다. 그러나 어디로 가도 낯선 환경과 시끄러운 차 소리. 또 숫기없는 시골뜨기 그대로의 한 사람일 뿐인 나 자신이 서 있었다. 조용한 시골마을과는 달리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달려드는 차 소리는 왜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그리고 생수로 마시던 시골 물과는 달리 보리차를 끓여 먹는 도시의 물맛 또한 나에게는 적응이 안 되었다.

난 다시 시골로 갈 거라고 떼를 부렸고 먼저 도시에 나와 있었던 언니들은 처음에 다 그렇다면서 나를 달래기도 했지만 난 막무가내였다. 또 시험 성적도 자꾸만 나빠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를 부르시더니 "힘들지, 선생님도 시골에서 처음 대구로 전학을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단다. 처음이어서 진도 차이도 나고 적응이 안 돼서 성적이 안 좋은 것뿐이야. 시골에서 잘했던데. 넌, 꼭 잘할 거야. 힘든 일이 있으면 이야기하렴"이라고 하시는 것이다. 그렇게 담임 선생님의 격려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은 큰 힘이 되었지만 성적은 좋아지지 않았다.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과 친구들 생각에 공부를 해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았다. 난 시험 때가 되어도 책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렇게 시험을 쳤고 중학교 3학년을 담임 선생님의 격려를 뒤로한 채 졸업했다.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문득 선생님 생각에 교육청에 연락을 하여 선생님 주소를 알아냈고 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 편지를 계기로 가끔 선생님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아이를 먼저 키운 부모로서 모든 것을 상담할 수 있는 인생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스승의날에는 예쁜 장미꽃다발을 들고 찾아가서 "선생님 그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라고 말씀드릴 것이다.

이유정(대구 달서구 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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