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욕 롱아일랜드 인근에서 발견된 괴생명체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이 괴생명체는 5월초 뉴욕 몬탁 인근 해변에서 발견된 적이 있어, 소위 '몬탁 괴물'이라고 불리는 낯선 생김의 동물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커다란 쥐를 닮은 이 괴물은 커다란 부리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몸에는 털이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괴물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지구 종말'의 징후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사람들은 혹시 '외계의 생명체'가 아닐까 짐작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할 일 없는 네티즌의 장난에 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만만찮게 많다. 하긴 합성사진으로 장난을 치는 네티즌들이 어디 한 둘 인가.
몬탁괴물이 정말 실재한다면 할 말이 없어지겠지만, 그 사진이 만약 합성이라면 좀 생각해 볼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이 괴물이 어쩌면 우리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내 주는 사례는 아닌가하는 단순한 생각이다. 커다란 쥐를 닮았는데, 부리와 이빨이 있고, 털이 없다. 아쉽지만, 새로운 것이 없다. 우리가 이미 보고 알고 있는 이미지들로부터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상대로 간단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백지를 한 장씩 나눠주고, 외계인을 그려보라고 했다.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별스러운 생명체를 만들어 보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 외계의 생명체에게 이름을 정하라고 했다.
결과가 재미있었다. 서른 명 가까운 학생들 가운데 단 한명을 빼고 모든 학생들이 외계인에게 공통적으로 그려 넣은 것이 있었다. '눈'이었다. 그리고 단 세 명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들이 '팔과 손'을 그렸다. 압도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지능이 있는 '동물'로 묘사했고, 반이 조금 넘는 학생들이 위협적인 이미지로 그렸다.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지구의 언어로 외계인에게 이름을 붙였다.
프로타고라스가 굳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인간의 기준은 인간이다. 외계인을 상상할 때도 우리는 우리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동원해서 그 생김을 상상하고, 그들의 언어 또한 우리 언어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눈'은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물론 눈만으로는 살 수 없지만, 우리가 우리 바깥으로부터 얻는 정보의 8할은 눈을 통해 들어온다. 그러니 눈이 없는 존재를 상상한다는 것은 우리 경험의 8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는 상상력이다.
손 또한 마찬가지다. 손이 없는 호모 하빌리스를 상상할 수는 없다. 어떤 인지심리학자들은 뇌의 여러 부분들과 신체의 각 기관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에 따르면 뇌의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기관은 손이다. 결국 외계인에게 눈과 손을 그려 넣은 대다수의 학생들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생각을 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또 다른 과제를 주었다. 종이의 뒷면에 깃털, 털, 비늘을 가지고 있는 동물 세 마리를 그리라고 했다. 모든 학생들의 그림에 공통된 점이 있었다. 깃털을 가진 동물에게는 날개가 달린 새의 모양에 가까웠고, 털을 가진 동물은 포유류에 가까운 형상이었으며, 비늘을 가진 동물들은 물고기나 파충류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한 가지 더 재미있었던 것은 단 한명의 학생도 깃털, 털, 비늘을 함께 가진 동물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시 학생들은 인간다운 생각을 하고 인간다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을 우리는 '휴머니즘'이라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내 수업에서 실험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은 휴머니스트들이었다.
문제는 그 휴머니즘이 우리의 상상력을 한계 짓는 벽이고 장애일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머니즘을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낭만적이고 따뜻한 생각이다. 하지만, 인간을 기준으로 삼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인간을 사랑할 수 있다.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마음, 우주가 인간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착각으로 연결되면 곤란하다. 인간 속에 인간이 너무 많으면, 외계인이 들어갈 자리가 없지 않겠는가. 인간으로부터 인간을 내모는 일이 상상의 시작이며,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출발점이다.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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