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두바퀴 출·퇴근 '갈 길이 九萬里'

자전거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자전거 시대'를 위한 교육과 도로 인프라는 헛바퀴를 굴리고 있다. 자전거 통행 방식이나 규칙에 대한 홍보도 턱없이 부족해 사고 위험이 큰데다 자전거 전용도로 대부분이 서민 생활과 동떨어진 곳에만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측 통행? 그게 뭔가요?=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박성환(42)씨는 며칠 전 서문시장 인근을 지나다 사고를 당했다. 장을 본 뒤 자전거를 타고 나오던 주부가 마주 달리는 바람에 부딪혀 무릎을 다친 것. 상대방이 자전거는 우측 통행을 해야 한다는 기본을 지키지 않은 탓이었다. 박씨는 "자전거를 무작정 타고 다닐 뿐 교통법규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며 "헬멧은커녕 우측 통행 원칙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라고 투덜댔다.

이처럼 마구잡이로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자전거 법규나 주행 방법에 대한 교육은 태부족한 형편이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車)'다. 따라서 도로 우측으로 통행해야 하고,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차로 우측으로 달리는 것이 원칙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내려서 끌고 가야 하고, 좌회전할 경우 1차로에서 차량과 함께 출발해야 하지만 이를 아는 이도, 지키는 이도 드물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지난해 9월 희망교 인근 신천 둔치에 자전거타기운동연합 대구본부에서 운영하는 대구자전거안전교육장을 마련했지만 홍보 부족으로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청은 올 하반기쯤 서구 이현동 대구복합화물역 부지 일부(1천917㎡)를 시로부터 임차해 자전거 교통안전체험교육장을 조성하고 자전거 법규 및 구조, 주행실습, 현장체험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서민생활과 동떨어진 자전거도로=대구의 경우 자전거전용도로는 필요한 곳이 아니라 '만들기 쉬운' 곳에만 조성되고 있다. 대구시내 자전거도로는 보행자·자전거 겸용도로를 포함해 모두 536㎞에 이른다. 그러나 자전거전용도로는 39.92㎞로 전체의 7.4%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기존 인도 위에 줄을 그은 식이다. 더구나 전용도로는 모두 신천과 금호강 등 강변에만 조성돼 있어 효용성과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새롭게 조성될 자전거 전용도로도 상황은 마찬가지. 낙동강변(58㎞)과 금호강변(41.4㎞), 신천변(17㎞) 등 레저용이 대부분이고, 유일한 도심인 성서산업단지 내 전용구간(4.3㎞)도 왕복 10차로의 간선도로변인데다 차량 통행이 적어 효과가 의문시된다. 자전거의 운송 분담률을 높이려면 자전거 간선도로를 구축해 자전거를 출·퇴근용으로 이용토록 해야 한다는 기본을 잊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타기운동연합 김종석 대구본부장은 "대구 도심은 10~20㎞만 가도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가 실질적인 출·퇴근 수단이 되도록 전용도로 확충이 시급하다"며 "하지만 대구시는 '자전거는 대중교통의 보조수단'이라는 정책에 따라 시민생활과 멀리 떨어진 외곽에만 자전거 전용도로를 짓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쁘게 뛰는 타 도시들=이에 비해 다른 지자체들은 자전거 인프라 확충을 위해 페달을 밟고 있다. 인천시는 680억원을 들여 오는 2013년까지 총 510㎞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신설해 도심은 물론 도시 전역을 연결할 계획이다. 오는 2011년까지 송도국제도시 북측 해안도로에서 남동공단과 연수구, 송도유원지로 이어지는 25㎞ 구간을 만들기로 했다. 넓은 권역에 순환도로 형태로 개설해 자전거가 실질적인 교통수단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 서울시는 자전거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기존 도로의 1개 차로를 없애거나 차선 폭을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 방식으로 2012년까지 207㎞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도 최근 도심의 차로 너비를 줄이고 남는 공간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 수 있도록 한 내용의 '도로의 구조, 시설에 관한 규칙'을 입법예고했다. 또 자전거 전용신호등 및 자전거 전용차로(Bike lane)를 새로 도입하고 자전거도로 및 교통안전표지를 확충할 방침도 세웠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조만간 자전거 전용도로 마스터플랜을 만들 계획"이라면서도 "차로를 줄이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 경우 운전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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