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의원들과 도심 6.5km 자전거로 달려보니…

▲ 대구시의회 경제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5일 진행한
▲ 대구시의회 경제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5일 진행한 '도심 자전거 타기 체험'(달서구 광장타운~삼성전자물류센터 6.5km 구간) 행사에서는 시의 자전거 정책 부재를 질타하는 의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대통령까지 자전거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시대지만 대구 자전거 정책은 여전히 탁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 자전거 길은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다. 인도 위에 줄만 그은 자전거도로는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 오래고 자전거전용도로는 강과 산에 치우쳐 생활 속에서가 아닌 레저·관광 수단에 불과하다.

15일 대구시의회 경제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체험한 '도심 자전거 타기'(달서구 광장타운~삼성전자물류센터 6.5km 구간)에서도 마찬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도심 자전거 타기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모험'의 연속이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다

"위험합니다. 사고 나면 어쩌시려고요. 강변 자전거 도로나 달리시죠."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겠다고 요청한 대구시의회 의원들에게 시청 교통국 직원들이 건넨 '충고'다. 행사를 기획한 권기일 의원은 "서문시장을 한바퀴 둘러보겠다고 했더니 한사코 만류하더라"며 "대신 공무원들은 대구 도심에서 가장 괜찮은 코스로 광장타운~삼성전자 물류센터 구간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괜찮다는 코스 역시 출발부터 평탄치 않았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어 바로 차도로 내려서야 했다. 불법 주차된 차들과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겁부터 났다. 그나마 맑고푸른대구21 관계자와 자전거 구급대원 2명이 앞뒤에서 이끌어준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골목길을 만날 때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를 경계해야 했고, 느닷없이 1차로로 변경하는 버스 때문에 아찔해지기도 했다.

◆무늬만 자전거도로

용산동 홈플러스를 지나치자 인도 위에 '보행자·자전거 겸용도로'가 나타났다. 그러나 오히려 차도보다 못했다. 움푹 패이거나 꺼진 곳이 많아 엉덩이가 불편했다. 겸용도로를 점령한 불법주차 차량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맑고푸른대구21 정현수 국장은 "그나마 나은 곳"이라며 "시장이나 시내 한복판 겸용도로에서는 보행자 때문에 아예 속도를 낼 수 없다"고 했다. 또 도로보다 높은 보도블록에 올라갈 때면 자전거가 덜컥거리거나 떨어져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대구시의회 의원들은 "이런 겸용도로를 만드는 데 10년간 수백억원을 쏟아부었다"며 "인도블록 교체에 불과한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회 측에서 고민하는 안은 보·차도와 구분되는 자전거 전용차로 개설이다. 의원들은 "커다란 밑그림을 통해 어디부터 어떻게 자전거 전용차로를 건설할지 결정해야 할 때"라며 "버스·지하철과 연계해 자전거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의지가 없다

이곡네거리 횡단보도를 지날 때 쯤이었다. 정현수 국장이 자전거에서 내려섰다. 자전거 횡단도가 없어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건너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정 국장은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규정돼 별도의 횡단도를 설치해야 한다"며 "페인트 칠만 해 주면 되는데 그걸 안해 준다"고 했다. 이동희 시의원이 대구시 관계자에게 "왜 안 하느냐"고 따지자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서…"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대해 김영식 경제교통위원회 위원장은 "대구 자전거 정책은 시장과 공무원의 의지에 달려 있다"며 "주먹구구식 행정으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유럽이나 일본을 직접 찾아 자전거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경제가 어려워서…"라고 했다. 그러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역시 의지 부족이다. 대구시 실무자들은 선진 자전거 정책을 배우려는 노력이 없다.

◆자전거 정책, 이제 바뀔까

실망과 안타까움 속에서도 한가닥 희망은 엿보였다. 일일 자전거 타기 체험의 종착점인 성서공단 달서대로 지하철 계명대역~대천교 4.3㎞ 구간은 자전거 전용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구가 도심에 낸 첫 자전거 전용도로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지하철 역사에 자전거 무료 대여소를 운영하고, 달구벌대로 곳곳에 도심과 연결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도 고민하고 있다"며 "자전거가 가장 유효한 미래 교통수단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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