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생물학에서 가장 큰 숙제 두 가지를 든다면 아마도 생명의 본질과 의식의 생물학적 근거를 탐색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전자는 오스트리아의 이론물리학자 슈레딩거의 도전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크릭과 왓슨이 DNA의 나선형 구조를 밝힘으로써 해결되었다. 죽기 몇 시간 전까지도 논문을 교정하던 크릭이 60세에 시작한 의식의 생물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서 혹자들은 21세기의 숙제라고들 한다. 그런데 의식이 무엇일까? 어느 정신병리학자는 자신과 환경을 아는 상태를 의식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의식은 모든 정신 활동의 기초이다. 우리는 이를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우선, 의식은 몇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의식이 청명한 상태에서부터 정신 활동이 전혀 없어 보이는 혼수, 또 사이에는 혼탁, 혼미 혹은 반혼수니 하는 것이 있다. 머리를 심하게 다쳐 정신 활동이 전혀 없고 아프게 때리거나 꼬집어도 전혀 반응이 없는 상태가 혼수이다. 진정제를 과다 복용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식물인간은 호흡중추, 체온조절중추,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중추 이외의 모든 뇌가 기능을 놓아버린 것으로서 극단적인 혼수상태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물론 의식이 청명하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자기 안팎의 일을 전혀 알지 못하지만 깨우면 쉽게 각성 상태를 되찾는다. 젖먹이를 둔 여자가 피곤에 지쳐 잠이 들면 도둑이 온 집안을 헤집어도 꿈쩍없지만 젖 달라는 어린애 울음소리에는 지체 없이 잠에서 깬다. 이렇게 보면 수면은 의식이 없는 상태이긴 해도 쉽게 각성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면에서 혼수와 다르다. 수면은 24시간을 두고 규칙적으로 되풀이되고, 또 중간에 꿈이라는 각성 상태가 끼어드는 특성이 있다. 뇌간에서 대뇌 피질에 이르는 망상체가 수면과 각성을 담당한다.
각성 상태에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영역의 정신이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깨달아지는 전의식계가 있는가 하면 꿈의 해석이나 자유연상과 같은 기법을 통해서 의식화시킬 수 있는 무의식계도 있다. 어릴 때의 경험들은 상당 부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계에 보관되어 있으면서 행동을 지배한다는 것이 정신분석학파의 입장이다. 주로 대뇌피질의 관장하에 있다.
의식의 세 가지 '청명과 혼수' '각성과 수면' '의식계와 무의식계'는 뇌파로 쉽게 구분된다. 이뿐만 아니라 기능적 핵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하면 세 가지 의식의 발현 부위를 더욱 정확하게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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