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립 14돌 맞는 '두란노 아버지학교'

창립 14주년을 맞은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아버지의 올바른 상과 역할에 대한 깨달음을 던져주고 있다.
창립 14주년을 맞은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아버지의 올바른 상과 역할에 대한 깨달음을 던져주고 있다.

결혼, 출산과 동시에 갑작스레 아버지의 지위를 갖게 된 이 시대의 대다수 아버지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특히 실직이나 명퇴 등으로 인해 많은 아버지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은 아버지 부재로 인한 가정 위기를 더 심각하게 하고 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버지를 바로세우기 위해 문을 열었다.

◆1995년 첫 강의

"기독교인만을 위한 교육은 아닙니다. 수료자 중 30%가 비기독교인이에요. 좋은 아버지가 되는데 있어서 어떤 신앙을 가졌느냐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사)두란노 아버지학교 이정규(53) 대구지부장은 '아버지의 정체성과 신분을 되찾고, 건강한 가정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운동'이 두란노 아버지학교라고 정의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1995년 서울 두란노 서원에서 문을 열고 첫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국내 80개 지부로 늘어났고,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중국 등 해외 36개 지부를 둘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대구에서는 1998년 지방 처음으로 아버지학교를 개설한 후 10년간 3천500여명이 수료했다. 현재 39기생들이 나눔과 섬김의 교회(수성구 욱수동)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가 큰 호응을 얻자,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열린 아버지학교'도 문을 열었다. '열린 아버지학교'는 관공서와 기업체, 교도소에서도 열렸고, 군부대에서는 '예비 아버지학교'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이어갔다. 두란노 아버지학교가 이처럼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 데는 IMF 외환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가 결정적이었다. 이 지부장은 "당시 많은 아버지들이 설 자리를 잃었고, 아버지 역할에 대한 교육 요청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 무엇을 배우나

두란노 아버지학교에서는 5주간 매주 토요일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교육 내용에서는 종교적인 색채를 느끼기 힘들다. 노래나 시청각 자료 등도 자주 활용된다.

첫 주에는 아버지의 영향력 느끼기. 돌아가셨거나 살아계신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일부터 시작된다. 이 지부장은 "나 자신의 나쁜 모습은 어릴 적 봐왔던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이 크다"며 "편지를 쓰면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 주에는 다양한 아버지상에 대해 수업한다. 어진 왕, 부드러운 천사, 참된 스승, 다정한 친구 등 다양한 아버지 상을 알아본다. 또 체면, 일, 음주 등 잘못된 남자 문화에 대해 토의하고, 아버지다움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듣는다.

셋째 주에는 집에서 아내나 자녀를 향해 써온 편지를 읽고, 넷째 주에는 아버지의 영성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한 참가자는 "편지를 읽으면서 가족에게 미안해하거나 울면서 뉘우치는 아버지들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 주에는 가족 모두를 교육 장소에 초대해 함께 식사하고,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갖는다. 이 지부장은 "아버지학(學)은 영성 운동이자, 삶의 실천 운동"이라면서 "같은 아버지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잘못된 나의 모습을 깨닫고 바람직한 아버지상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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