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출산과 동시에 갑작스레 아버지의 지위를 갖게 된 이 시대의 대다수 아버지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특히 실직이나 명퇴 등으로 인해 많은 아버지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은 아버지 부재로 인한 가정 위기를 더 심각하게 하고 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버지를 바로세우기 위해 문을 열었다.
◆1995년 첫 강의
"기독교인만을 위한 교육은 아닙니다. 수료자 중 30%가 비기독교인이에요. 좋은 아버지가 되는데 있어서 어떤 신앙을 가졌느냐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사)두란노 아버지학교 이정규(53) 대구지부장은 '아버지의 정체성과 신분을 되찾고, 건강한 가정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운동'이 두란노 아버지학교라고 정의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1995년 서울 두란노 서원에서 문을 열고 첫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국내 80개 지부로 늘어났고,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중국 등 해외 36개 지부를 둘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대구에서는 1998년 지방 처음으로 아버지학교를 개설한 후 10년간 3천500여명이 수료했다. 현재 39기생들이 나눔과 섬김의 교회(수성구 욱수동)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가 큰 호응을 얻자,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열린 아버지학교'도 문을 열었다. '열린 아버지학교'는 관공서와 기업체, 교도소에서도 열렸고, 군부대에서는 '예비 아버지학교'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이어갔다. 두란노 아버지학교가 이처럼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 데는 IMF 외환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가 결정적이었다. 이 지부장은 "당시 많은 아버지들이 설 자리를 잃었고, 아버지 역할에 대한 교육 요청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 무엇을 배우나
두란노 아버지학교에서는 5주간 매주 토요일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교육 내용에서는 종교적인 색채를 느끼기 힘들다. 노래나 시청각 자료 등도 자주 활용된다.
첫 주에는 아버지의 영향력 느끼기. 돌아가셨거나 살아계신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일부터 시작된다. 이 지부장은 "나 자신의 나쁜 모습은 어릴 적 봐왔던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이 크다"며 "편지를 쓰면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 주에는 다양한 아버지상에 대해 수업한다. 어진 왕, 부드러운 천사, 참된 스승, 다정한 친구 등 다양한 아버지 상을 알아본다. 또 체면, 일, 음주 등 잘못된 남자 문화에 대해 토의하고, 아버지다움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듣는다.
셋째 주에는 집에서 아내나 자녀를 향해 써온 편지를 읽고, 넷째 주에는 아버지의 영성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한 참가자는 "편지를 읽으면서 가족에게 미안해하거나 울면서 뉘우치는 아버지들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 주에는 가족 모두를 교육 장소에 초대해 함께 식사하고,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갖는다. 이 지부장은 "아버지학(學)은 영성 운동이자, 삶의 실천 운동"이라면서 "같은 아버지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잘못된 나의 모습을 깨닫고 바람직한 아버지상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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