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심히 살펴야 할 어린이 질환

<2>ADHD

"산만한 우리 아이, 크면서 나아질까요? 아니면 병원에 가봐야 할까요?" 자녀가 산만하고 집중을 못하면 부모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성장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인지 아니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인지 판단하기 힘들어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 또 질병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정신과를 찾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럽고, 혹시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될까봐 걱정도 된다. 그렇다면 자녀의 행동이 'ADHD'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란

가만히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뛰어다니는 과잉 행동, 집중력이 짧고 쉽게 싫증을 잘 내는 주의산만함, 참을성이 부족하고 감정 변화가 심한 충동적 행동 등을 보이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단체 생활에서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부모나 교사에게 자주 야단을 맞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나는 야단만 맞는 아이'라는 부정적인 생각까지 들기 쉽다. 1대 1 학습을 하는 상황에선 표시가 나지 않다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들어가 규칙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면 눈에 띄는 게 특징이다. 어릴 때 많이 나타나는데다 성장이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기 때문에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일반 소아 100명당 6~8명꼴로 나타나고 초등학교 한 반에 2, 3명 정도 될 정도로 흔하다.

◆왜 생기나

뇌의 신경생물학적인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부위인 뇌 전두엽에서 미상핵, 그 뒤쪽의 변연계로 연결되는 경로에 문제가 생겨 주의력이 떨어진다는 것. 이 부위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풍부한 곳인데, 도파민이 부족하면 주의력 결핍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이 부위는 행동을 조절하고 주의를 유지하며 반응 자체를 억제하는가 하면 언어 사용, 정서와 동기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기도 해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병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이 질환은 유전병은 아니지만 유전적인 경향이 있어 주의력 결핍증을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도 같은 질환을 가질 확률이 30~80% 정도 된다는 보고가 있고, 실제 사촌이나 형제에게서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임신 중 어머니가 흡연, 음주를 한 경우 자녀가 ADHD를 가질 확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DHD,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를 참고해 1~9번 중 6개 이상(주의력 결핍 우세형)이거나 10~18번 중 6개 이상(과잉행동'충동성 우세형), 또는 둘 다(복합형) 해당되면 ADHD를 의심할 수 있다. 남자 아이의 경우 복합형 ADHD, 여자 아이는 주의력결핍 우세형 ADHD가 많다. 여자 아이의 경우 문제가 늦게 발견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런 증상은 7세 이전부터 나타나야 하고 집, 학교, 학원 등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야 한다. 아이가 초교 3, 4학년 또는 중학생이 된 뒤부터 산만하고 집중을 못 한다면 우울 장애나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어떻게 되나

치료를 제때 하지 않으면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된다. 친구와 놀 때도 규칙을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하려 하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 또 이 때문에 주변에서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듣게 돼 우울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 중독에 빠지거나 술, 담배를 하게 되는 경우도 적잖다.

성장하면서 과잉 행동은 줄지만 집중력'충동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무단 결석, 가출, 도벽 등 비행 행동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문제는 흔히 '철이 들면 나아진다' '부모가 잘못 키워서 그렇다' '많이 떠들긴 하지만 성적은 좋다' '산만하기는 하지만 머리가 나쁘진 않다'는 등을 이유로 치료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ADHD 아동의 경우 지능이 정상이거나 오히려 높은 경우도 있는 등 지능과는 상관이 없다. 머리가 좋은 경우도 초교생 때까지는 성적이 유지되지만 점점 집중력이 감소하면서 능력에 비해 성취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야 하나

ADHD 아이들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사회기술훈련, 부모 교육 등이 있다. 우선 약물치료의 경우 효과가 빠를 뿐 아니라 치료율도 높아 ADHD 치료의 핵심이다.

70~80% 정도가 복용 후 2~4주가 지나면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된다. 보통 6개월마다 약 복용을 중단한 뒤 관찰하는데 보통 1, 2년 정도 투약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약물을 복용하면 집중력이나 과잉행동은 호전되지만 사회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조화된 집단 활동인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 등 사회기술훈련으로 함께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치료 과정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교육하는 부모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ADHD 진단 기준

※주의력 결핍

1. 세부적인 면에 대해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학업에서 부주의한 실수를 한다.

2.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꼼지락거린다.

3.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4.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교실이나 다른 상황에서 앉아 있지 못한다.

5. 다른 사람이 마주보고 이야기할 때 경청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6. 가만히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뛰어다닌다.

7.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일을 끝내지 못한다.

8. 여가 활동이나 재미있는 일에 조용히 참여하기 어렵다.

9. 과제와 일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다.

※과잉행동 및 충동성

10.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거나 마치 모터가 돌아가듯 움직인다.

11. 학교 공부나 숙제 등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과제를 하지 않으려 한다.

12.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다.

13. 과제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잃어버린다.

14.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급하게 대답한다.

15. 쉽게 산만해진다.

16. 차례를 기다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17.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잊어버린다.

18.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간섭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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