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업현장, 물은 돈이자 생명"…재사용 아이디어 잇따라

[물을 아껴 씁시다] ③폐수이용한 물 재사용

산업 현장에서 물은 생명과 다름없다. 물이 없으면 제품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생산 원가에도 공업 용수와 폐수처리 비용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대구의 주력 산업인 섬유는 물 사용량이 엄청나다. 이 때문에 쓰고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해 산업 현장에 이용하는 방안들이 각광받고 있다.

대구염색산업단지 내 동영염직㈜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수십 배 남는 장사를 했다. 안 쓰는 물탱크로 만든 작업용수 재활용 장치 덕분에 하루 50여t의 물을 아끼고 있기 때문.

13일 오후 찾은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염직기계 소리로 요란했다. 김경하 총무부장이 철컥거리며 돌아가는 연속정련기를 가리켰다. 연속정련기는 원단에 포함된 화학약품을 씻어내는 장치. 정련기 아래 200ℓ 크기의 통으로 희뿌연 물이 배관을 타고 흘러내렸다. 원단 세척에 사용된 물을 진공 펌프로 뽑아낸 뒤, 통에 모았다가 다시 기계 내부로 보내는 장치다. 물이 끊임없이 순환되기 때문에 새로운 물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 공장에서 하루 평균 사용하는 물은 800t. 한 달에 1만6천~2만t의 물을 쓰고, 물값으로만 매달 1천20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이 공장은 용수 재활용 장치를 통해 하루 평균 50t, 한 달에 60여만원을 아끼고 있다고 했다. 작은 장치 하나로 1년이면 보름치 물값을 절약하는 셈이다.

용수 재활용 장치를 설치한 건 3년 전. 현장 경험이 풍부한 회사 임원이 '물을 아껴보자'는 생각 끝에 직접 고안해냈다. 쓰던 물탱크에 모터만 새로 구입해 단 덕분에 제작비용도 10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예전에는 작업이 끝난 물은 그냥 흘려버렸다. 조금이나마 물을 아껴보자는 생각에 머리를 짜낸 작은 아이디어가 큰 돈이 돼 돌아온 셈이다"라고 했다.

물 아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물이 생산원가와 직결되다 보니 '물 절약'이 생활화돼 있다. 작업에 지장이 없는 한 공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은 재활용해서 사용한다. 손을 씻을 때도 물을 틀어서 사용하지 않고 통에 받아서 쓴다. 공장 내부를 청소할 때도 작업 후 배출되는 물을 활용한다. 원단을 식히는 데 사용한 냉각수는 모두 지하탱크에 모은 뒤 옥상 저수조로 보내 재사용한다. 김 부장은 "물이 바닥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게 염색산업이기 때문에 물이 마른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어떻게 하면 물을 아낄 수 있을 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직원들을 교육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장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달성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에 2만5천t 규모의 고도처리시설이 완공되면 1만5천t은 공업용수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도로 살수, 조경 용수 등으로 전량 재이용할 계획이다. 9월에 착공해 내년 3월까지 파이프 라인 설치를 끝낼 예정.

대구시 관계자는 "공장 폐수를 재이용하면 낙동강 원수를 공업 용수로 취수하지 않기 때문에 유지수 확보와 수질 개선 등에 도움이 된다"며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물이 갈수록 줄어드는 만큼 물을 아껴쓸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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