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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이 정말 5천원?"…중고교복 상설할인매장 첫 선

▲ 대구시 북구 구암동 교복나눔 상설매장을 찾은 학생들이 중고 교복을 고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대구시 북구 구암동 교복나눔 상설매장을 찾은 학생들이 중고 교복을 고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와~ 교복이 5천원이래!"

16일 오후 대구 북구 구암동의 한 중고(中古) 교복 판매점. 여중생 2명이 매장에 전시된 교복을 몸에 맞춰보고 있었다. 두 학생이 집어든 하복 셔츠는 단돈 5천원. 이 매장에 전시된 제품은 비싸도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최근 중·고교 교복이 30만원 안팎, 부대비용까지 합해 40만원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공짜나 다름없다.

교복 치마를 사러 왔다는 정모(13·강북중 1년)양은 "치마가 한 벌 더 필요해서 들렀다. 엄마가 값싼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이렇게 쌀 줄은 몰랐다"고 했다. 권기정(14·강북중 2년)양은 "지나는 길에 눈에 띄어서 들렀는데 정말 싸다"며 자신의 몸에 맞는 셔츠가 있는지 계속 살폈다. 주부 임모(38)씨는 "아들이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데, 이 정도 품질에 이런 가격이라면 자주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은 1일 개장한 중고교복 상설매장 '사랑하나 희망하나'. 90여㎡의 매장에는 대구시내 10여개 중·고교 교복이 준비돼 있다. 셔츠와 바지는 물론 재킷과 코트, 넥타이 등을 갖추고 있다. 수량은 적지만 체육복도 판매 중이었다. 일부는 빛이 조금 바랬지만 수선과 세탁 과정을 거친 옷들은 대부분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매장 관리를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 정복용(55)씨는 "모든 교복은 기증받은 것이다.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필요한 하복은 별로 없지만 하루 10명 이상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장은 지난 2월 결성된 '북구교복나누기모임'(이하 교복모임)이 운영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끼리 '학기 초 일회성으로 열리는 교복 나눔 행사를 상설화하자'는 뜻을 모아 출범했다. 아이들 성장이 빨라 교복을 한벌만 구입해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현실적 고민에서 비롯됐다. 취지에 공감해 동참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 주민은 매장을 임대료 없이 선뜻 내줬다. 한 사업체 대표는 매장 인테리어와 홍보물 제작에 필요한 후원금을 내놓았다. 인근 아파트 부녀회와 고교는 교복 기증을 도왔고 중소 교복업체들도 이월상품 등을 무상 기증했다. 이렇게 모인 교복이 300여벌.

관심은 뜨겁지만 자리를 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문을 연 지 1개월도 채 안 되다 보니 다양한 교복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찾아왔다가 크기가 맞지 않아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교복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성용(45) 대구보건대학 교수(보건의료전산과)는 "전화만 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하러 간다"며 "교복 기증에 많이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교복모임은 앞으로 지역 교육청과 주민센터 등의 협조를 얻어 기증량을 늘리고 시민운동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교복나눔 참여 희망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재학 중인 학교 행정실 또는 매장으로 직접 전달하면 된다. 053)314-1401.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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