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금융 당국이 금융기관들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고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테스트의 내용과 결과 해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란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가상의 시나리오로 설정한 후 금융기관 및 금융 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는 위험관리기법이다. 금융기관 규제에 대한 국제적 규범인 '바젤2 협약'에서는 금융기관이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자본 유지와는 별도로 위기 상황에 대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자체적으로 실시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실시된 스트레스 테스트를 비롯한 재무 건전성 평가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게 나타났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벤 버냉키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강력한 금융감독 기능 개선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였으며, 월 스트리트의 경제 전문가들도 완벽한 리스크 요인의 통제에는 도달하지 못하였으나 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로서 19개 주요 은행 중 10개 은행이 위기 상황에서 파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지 총 746억달러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실제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비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금융기관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충격을 놓고 테스트를 한다면 그 효과는 유명무실하다. 스트레스 시나리오의 기본가정으로 제시된 실업률 8.4%, 경제성장률 -2% 및 주택가격 14% 하락은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그중 실업률은 이미 상반기에 8.5%를 경신하였으므로 실제 상황보다도 못한 시나리오를 놓고 진행한 테스트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대상 은행들의 고유한 수익 원천 및 재무구조적 특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시행되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었다. 개인 및 기업 대출의 비중이 은행마다 상이하며, 기업대출이라 해도 대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 또는 특정산업에 편중된 대출구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며, 부동산 담보 대출과 같은 특수한 형태의 대출 비중도 은행마다 각기 다르다. 이러한 대출 구조의 차이로 인해 스트레스 시나리오가 어떤 경제 변수에 충격을 주느냐에 따라 은행별로 상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이번 테스트가 대형 상업은행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은행, 투자은행, 신용카드 지주회사, 보험회사와 같은 매우 다른 구조를 가진 금융기관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시행되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이 아직도 획일화된 규제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특정부문, 특정자산에 비중이 커짐으로써 생기는 '편중 리스크'(concentration risk)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지적했듯이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점을 개혁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면 금융 위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된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정부의 공적구제자금 투입과 같은 특단의 조치 이외에는 마땅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은 금융기관 스스로 금융 위기에 대처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단지 정부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과, 정부도 위기사태가 발생하고 나서야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가 금융시장을 경색시킬 것을 두려워한 미국 정부가 금융기관에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였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서브 프라임 사태로 드러난 주요 은행들의 부실자산규모는 막대한데 은행 스스로가 파산하지 않으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공적자금 투입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발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시나리오(경제성장률 -4.2%, 원/달러 환율 1570원, 코스피 900)를 기준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였다. 그 결과는 비교적 양호하여 위기상황에도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소자기자본비율에 대한 금감원 권고치인 10%를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것은 위기상황 시 금융기관의 생존 여부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산구조 중 특히 취약한 부분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보강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은행 자체적으로 고유한 재무상황에 맞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를 영업계획과 리스크관리 방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하현(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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