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평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한 것이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정화중학교 윤옥희(63) 교사는 35년째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교실현장을 지키고 있다. 교장이나 교감 진급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윤 교사는 돌아보지 않았다. 교직생활의 꽃은 교단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74년 이 학교에 부임 후 분필가루 날리는 칠판과 교단,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제자들이 윤 교사의 전부였다. 그것도 요즘 초년 교사들조차 맡기 싫어한다는 중3 담임을 3년째 하고 있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교직생활 마지막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3 담임을 자원했습니다."
강산이 세 번 반이 바뀔 동안 교실을 지켜온 교사답게 그의 교육철학은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윤 교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눈맞춤 교육'.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육방법이지요." 학생들은 가르쳐주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면 반드시 변화하는 만큼 함께 호흡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수업이 재미있어야 합니다"라고 윤 교사는 짧지만 명쾌하게 말했다. 아이들은 아무리 어려운 과목이라도 가르치는 선생님을 좋아하고 수업이 재미있으면 자연스레 흥미를 갖고 성적도 오르기 마련이란다.
어렵다는 영어를 가르치는 윤 교사로서는 수업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 교직생활 중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고 회고한다. 환갑을 넘겼지만 아이들 앞에서 '쇼'도 주저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모 방송국 개그프로그램을 열심히 흉내내며 연구하고 있단다. 우선 수업이 재미있어야 제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흉내를 내다 아이들이 만류할 때도 있지만 '톡 건드리면 웃음보가 터지는 나이'라 제법 잘먹힌다"며 활짝 웃는다.
'인생행로가 결정되는 시기'. 윤 교사가 말하는 중등교육의 중요성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만큼 학생들의 인성이나 학업성취에 가장 중요하다. 그만큼 교사로서 보람도 크다.
그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고등학교, 대학교는 물론 향후 직장생활까지 좌우됩니다.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는 어떤 인생관을 갖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4년 전부터는 '정화장학금' 운영을 맡고 있다. 교직원들의 월급 중 일정액을 모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이 학교 1천여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다.
정년퇴임을 1년 앞둔 그의 바람은 소박하다. "제자들이 저와의 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길 바랍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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