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큰아이의 고교 동기생 엄마들과 모임을 가졌다. 서로의 근황을 묻다가 둘째 아이들의 공부로 화제가 바뀌었다. 앞으로 오후 10시 이후에는 사교육을 금지한다는 정부정책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더라도 학원수업은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 음성 과외가 성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소수그룹이나 1대 1로 수업을 하게 되면 사교육비만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어 나왔다. 결국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계층의 자녀만 입시에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불만이 쏟아졌다.
열띤 대화가 오가는 중에 필자가 "아, 나는 6개월만 버티면 단 1년만 써먹고 버리는 입시제도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날 수 있어요. 그리고 큰애는 한 달에 37만4천원짜리 종합학원 재수를 했어요"라며 끼어들었다. 옆에 있던 분이 놀라는 얼굴로 "정말 그 돈밖에 안 들어갔어요?"라고 물었다. 한의대에 수시 1차로 합격해 8월부터 수능공부에서 손을 뗀 관계로 개념정리를 하느라 시간이 촉박해서 종합학원 수업을 듣는 데만 열중했다고 설명했다. 큰아이가 올해 의대로 진학해서 그런지 뜻밖이었다는 표정이었다.
경제의 바람직한 목표는 가장 적은 돈을 들여서 가장 큰 만족을 얻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필자는 만족을 해야 한다. 물건을 살 때 돈의 액수보다 가치가 더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되면 '참 잘 샀다'고 만족해한다. 지출한 비용만큼만 이용가치가 있어도 '잘 샀다'고 한다. 지불한 것보다 형편이 없을 땐 상인의 상술에 '바가지 썼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눈에 보이는 상품을 사면서 쓰임의 효과에 대해 수없이 고민을 해놓고 선택했지만 때때로 '손해봤다'는 경험을 한다. 다음부터는 절대 실수 없이 구입할 것이라고 다짐을 한다.
사교육에 종사한 지 10년이다. 수강료를 받을 때면 못내 아쉬운 봉투가 있고,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봉투가 있다. 후자의 봉투는 나날이 실력이 쌓여가는 학생의 것이다. 비용을 들인 것 이상으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니 가르치는 이가 떳떳하게 받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이런 봉투만 받으면 얼마나 좋으련마는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수업시간 지각, 과제물 대충 하는 습관, 종종 교재 가져오지 않는 태도 등 이런 경우는 지불한 만큼 제 몫을 챙기지 않는 경제활동이다. 이런 태도를 고쳐보려고 1회분 수강료를 봉투에 넣어 부모님께 갖다드리라고 집으로 돌려보낸 적도 있었다. 부모님께서 땀 흘려 번 돈을 헛되이 써서는 안 된다고.
얼마 전 신문에서 서울 소재 Y의대에 합격한 학생의 성공담을 읽었다. 재수학원 비용이 아까워 성적 1점은 1만 원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자신에게 각인시키며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 스스로 깨달으면 부모가 얼마나 수월할까마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은가. 그렇다면 부모님 스스로 사교육비 지출 효과에 대해 점검을 해야 하지 않을까. 수학과 영어의 사교육은 일반적이다. 학원에 보내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이니 더더욱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 투자한 만큼 이익이 있어야 비용을 지불한 가치가 있다. 장남희(대구 운암고 2년 임유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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