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어렵다. 특히 요즘 노인들이 그렇다.
자녀들의 월급이 깎였다는데, 사업이 안 된다는데···. 손을 벌리기가 민망하다. 그렇다고 길어진 수명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이 변하고 있다. 집을 담보로 잡아 생활비를 받아 쓰는 '선진국형 노인'이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대구 수성구의 시가 1억5천만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A씨(82). 그는 자녀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평생 살아왔던 집을 담보로 수년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 생활비를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평생 대출이라고는 모르고 살았기에 생계를 위해 은행돈을 빌린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부양가족이 있는 자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힘든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게 먹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살다보니 생각보다 돈 쓸 일이 너무나 많았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대출금은 바닥이 났고 이후 또 한 번의 추가 대출을 받게 되면서 이제 빚은 집값의 절반 가까운 6천만원 정도로 커졌다.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 생각에 밤엔 잠도 오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딸이 찾아왔다. '주택연금(정부 보증 역모기지론)'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을 딸은 전해줬다.
딸과 함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택연금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 대구경북지사(대구 중구 반월당 삼성금융프라자 내)를 방문했다. 큰 기대 없이 그저 하소연이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하면 일시에 목돈도 부여해 기존의 은행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상담 후 돈이 나오기까지 약 2주 밖에 걸리지 않았다. A씨는 바로 은행 대출 문제를 해결했고, 앞으로 은행대출 이자납부 때문에 허약한 몸을 이끌고 매달 은행을 힘들게 찾아가지 않아도 됐다. 이자걱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진작에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알았어야하는데 내가 너무 정보에 어두웠다. 빚을 갚은데다 은퇴 30여년 만에 다시 50만원 가까운 월급까지 받게 되니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했다.
포항의 시가 1억원짜리 단독주택에 사는 B씨(70·여) 역시 자식 둘을 다 키워 목돈 들어갈 일은 없지만 생활비가 항상 빠듯했다. 노년을 위한 연금하나 들어놓은 것도 없어 늘 쪼들렸다.
고민을 털어놓자 옆집 이웃이 '주택연금'을 알려줬다.
그는 곧장 대구로 나와 가입상담을 했고 이제 매달 40만원 가량의 연금을 받는다.
"40만원이면 생활비가 충분하다. 생활형편도 펴졌고, 자녀들에게 이제 부담을 주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홀가분하다" B할머니는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올 들어 주택연금 가입 급증세
집 한 채로 평생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의 신규 가입자가 올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집은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대구경북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대구경북지사(지사장 서영대)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으로 올 들어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모두 19건(보증공급액 1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건·보증공급액 43억원)에 비해 3.2배(보증공급액 2.9배)나 늘었다.
주택연금 가입이 크게 늘고 있는 원인과 관련, 주택금융공사는 가입연령 완화(만 65세 이상 → 만 60세 이상) 등 각종 규제가 적어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과거엔 은행 등 금융회사 소개나 고령자들의 직접문의로 가입한 사례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엔 가족들, 특히 자녀들의 권유로 가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상속에 대한 자녀들의 인식부터 변화하고 있다는 것.
최근엔 수시인출금 한도 확대(30%→50%) 시행으로 주택연금가입이 노인층들의 이자부담과 생활비 걱정을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이자부담으로 고생하던 노인층들이 주택연금 가입 후 수시인출금으로 대출을 갚고 나서 매달 연금까지 받게 된 것.
서영대 지사장은 "주택연금은 고령자가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회사에서 노후생활자금을 연금방식으로 대출받는 제도"라며 "집은 있으나 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에게 주거안정과 생활안정의 혜택을 동시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려면 주택금융공사 고객센터(1688-8114)로 전화하거나 대구경북지사(053-430-2418)를 방문, 상담과 심사를 거쳐 보증서를 받은 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농협중앙회 등 6개 금융회사 지점에서 대출약정을 체결하면 된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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