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사를 했다. 모두들 포장 이사만 하면 간단하다던 이사였지만 막상 닥쳐보니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집안 살림살이 정리는 물론 가스 연결, 유선방송, 전화와 인터넷 이전, 그리고 가전제품 이전 설치 등 갑자기 연락해야 할 데가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십 년 전 이사할 때와 참 많은 것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사 회사뿐만 아니라 가스, 전화, 가전 회사에서 나온 모든 사람들이 의아할 정도로 친절했다. 특히 가전사에서 나온 AS 기사들은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깍듯이 인사를 했고 다른 회사 제품도 선뜻 봐 주었다. 게다가 일을 다 마치고 가면서 서비스 확인 전화가 오면 말을 잘해 달라는 부탁까지 하여 황당(?)하기도 했다. 서비스 기사의 정중한 자세와 고객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애쓰는 적극적인 태도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의 가전 회사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면서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국민을 감동시키는 행정과 정치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가 지급하는 요금으로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월급이 나가는 것과 같이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월급 또한 바로 우리가 내는 세금이 아닌가. 양쪽 똑같이 우리 국민들이 돈을 주는 '갑'이지만 기업에서는 수시로 사원들에게 교육과 훈련을 통해 우리가 더 행복하도록 노력하는 반면에 공직 사회에서는 누가 고객인지 아직도 파악하기 어렵다. 때로는 오히려 공직자들이 목에 깁스를 하고 오히려 고용주인 우리에게 윽박지르기까지 하니 정말 가관이다.
최근 공직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은 경찰이나 관공서에 민원을 보러 가기를 꺼린다. 낮 12시부터 1시까지 관공서로 전화하면 아예 받지 않는 곳도 많다. 물론 그들도 식사는 해야겠지만 아예 업무가 중단되는 것을 보면 일반 시민을 위한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공무원과 정치인의 고객은 바로 국민이다. 국민이 만족하고 국민을 감동시키는 행정과 정치를 한다면 촛불 시위도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며 많은 정치인들이 존경받을 것이다. 가끔 주위에서 정치인들을 모조리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것을 보면 공직에 있는 나 또한 듣기가 불편하고 몸 둘 바를 모른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정부와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감동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최윤희 전문직여성한국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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