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폼보다 실속' 2030女 전문직에 몰린다

화장품 회사에서 실직한 박모(29·여)씨는 요즘 대구시내 한 미용전문학원에서 피부마사지를 배우고 있다. 경력을 살린 사무직종을 원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고심 끝에 눈길을 돌렸다. 박씨는 "피부마사지 자격증을 따면 취업이 잘 된다는 이야기에 도전하기로 했다"며 "자격증을 따서 경력을 쌓은 후 직접 가게를 차릴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대구시내 미용학원에는 피부미용사 국가자격증이나 네일아트, 헤나, 패션타투 기술 등을 배우려는 20, 30대 젊은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구직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해 직업능력 개발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직업능력 개발계좌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젊은 실직 여성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고 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배울 수 있는데다 수입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수강생들 가운데 일반인 비율이 관련학과 전공자보다 훨씬 많아졌다. 시내 B 뷰티아카데미 김영미 원장은 "관련 전공자와 일반인의 비율이 과거 5대 5에서 3대 7가량으로 바뀌었다"며 "요즘은 취미보다는 창업이나 취업을 고려하는 30대 여성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네일아트전문 미용학원에 다니는 이모(37·여)씨는 "다섯살 난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뒤 학원에 온다"며 "남편 월급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 안에 숍인숍 형태로 가게를 낼 생각"이라고 했다.

골프장 캐디나 목욕관리사 등 비선호 직종에 뛰어드는 20, 30대 여성들도 늘었다. 골프장 캐디의 경우 단기간에 적잖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데다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젊은 여성 구직자들에게 인기다. 대구시내 한 골프아카데미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캐디 과정을 배우려는 여성들이 10~20% 늘었다"며 "전공이나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보수를 바로 받을 수 있어서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40, 50대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던 목욕관리사 지망생의 연령층도 낮아졌다. 목욕관리사 교육의 경우 때를 미는 방법과 스포츠마사지 기술을 배우는데, 비교적 교육기간이 짧아 30대 주부 수강생이 많아진 것. 한 목욕관리사학원 관계자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욕관리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젊은 여성 지망생들이 많다"며 "목욕탕에 취업하려면 보증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고 일도 고되지만 수입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여성 실업자 수는 3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만5천명에 비해 20.8%(5만5천명)나 늘어났으며, 실업률도 3.2%로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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