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 수성구청 공무원이 저소득층 아동에게 지급되는 결식아동급식비 1천여만원을 횡령해 적발된 데 이어 동구의 한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도 수천만원의 복지예산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복지예산 횡령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구·군청마다 유사 사건이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떻게 빼돌렸나?
19일 동구청 등에 따르면 감사원이 지난달 말부터 대구 구·군청을 대상으로 '복지급여 집행실태'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동구 지저동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K(42)씨가 수년간 수천만원의 복지예산을 횡령한 혐의가 포착됐다.
K씨가 2003년부터 누나와 자형, 두 조카 등 4명을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해 놓고 매월 꼬박꼬박 84만원씩 2007년까지 4천여만원을 타냈다는 것이다. 또 K씨는 자신의 근무지가 효목1동에서 동촌동, 안심3·4동으로 바뀔 때마다 '유령 기초생활비'를 계속 타내기 위해 경북 경산에 살고 있는 누나 가족의 주소지를 위장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K씨가 가족 명의로 2003년에서 2006년 사이에 수천만원의 복지예산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감사원 조사가 끝날 때까지 비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K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K씨는 "누나의 생계가 어려워 도와주려던 일이 오해를 산 것 같다. 감사원의 조사를 받긴 했지만 아직까지 소명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14일 감사원 조사를 받은 K씨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연가를 낸 뒤 다시 연가를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공무원 모럴해저드 질타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공무원들이 아이들의 급식비를 빼돌리고 가족까지 동원해 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 택시운전사 박기수(54)씨는 "공무원들이 행정은 느릿느릿하게 하면서 가난한 사람한테 쓰라고 준 돈까지 빼앗는 판인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K씨의 경우 감사원 조사 전날까지 동구청이 주최한 복지관련 교육을 성실히 받았고 주위에서 평판도 좋았던 터라 동료들조차 당황하고 있다. 한 동료 공무원은 "4월 초 이곳으로 전근 온 K씨는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고 돈을 빼돌릴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면서 횡령사건이 잇따라 적발돼 구·군청의 불안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복지예산의 경우 수혜자 수가 많고 개별 통장으로 지급하는 특성 때문에 횡령 가능성이 높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말부터 19일까지 전국적으로 복지예산 감사를 벌였으며 대구 동구청에 대해선 22일까지 감사기간을 연장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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