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오월입니다. 행사가 많아 몸은 바쁘지만 그만큼 즐거운 일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결혼식 초대장을 받을 때면 참으로 마음이 즐겁고 기쁩니다. 오랜 세월 지켜보았던 제자들이나 지인들이 짝을 찾는 모습은 수정된 꽃들이 열매를 잉태하는 것과 같이 대견스럽습니다. 특히 때를 훌쩍 넘겨 결혼하는 쌍들의 청첩장을 받으면 기쁨이 더합니다. 그동안 여건이 어려워 결혼을 하지 못하던 것을 지켜보던 안타까움이 일시에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최근 우리 사회의 평균 결혼 연령이 자꾸만 높아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많아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고,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건 결혼이 늦어지면 개인 생활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구 감소 내지 증가율 둔화가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결혼은 늦어도 문제지만 너무 일러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인도의 조혼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접한 적이 있는데, 인도는 아직도 18세 이전에 결혼하는 여성이 44.5%나 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조사 대상자의 26%는 16세 이전에 결혼했으며, 13세 이전에 결혼한 경우도 2.6%나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이른 조혼은 어린 나이의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반복하거나 낙태, 반복 출산 등으로 인해 조기에 출산 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 부정적인 면도 많은 모양입니다.
적당한 때에 결혼을 하는 것은 종족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이자 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시대마다 지역마다 결혼 제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결혼이 보편적인 인간사회의 현상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러한 결혼과 결혼 제도를 학문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탐구한 이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세인트존스대학의 잭 구디 교수입니다. 구디 교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류학자의 한 분으로 특히 가족과 결혼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쌓았습니다. 대표적인 그의 저서는 연국희·박정혜씨가 번역한 '중국과 인도의 결혼풍습 엿보기'(중앙M&B, 1999)입니다. 내용을 보면 수년간 현장 조사와 비교 연구를 통해 동양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학계에서 보기 드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책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수집한 결혼 풍속 및 가족 제도를 정밀한 논리로 비교분석하고 있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사례를 이야기하듯 펼쳐놓고 있습니다. 구디 교수의 연구는 한마디로 특별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결혼이라는 잣대로 동서고금의 인간의 모습, 관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구디 교수는 두 가지 사실에 착안하여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여성들은 결혼에서 매매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부여받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간 사회를 '원시'와 '문명'으로 양분시키고 아시아를 원시로, 유럽을 문명의 카테고리에 집어넣으려는 서구의 편견도 '결혼'을 통해서 일반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디 교수에 따르면 결혼을 거래 행위로 볼 때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개념이 신부값과 신부 재산이라고 합니다. 19세기 유럽학자들도 여성에게 지참금이 주어지기 전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신부값을 받고 팔려간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주듯 딸을 주어버린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아직도 영국의 교회 결혼식에서는 신부 아버지가 딸을 '주어버린다'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구디 교수는 결혼을 신랑 가족과 신부 가족 사이에 진행되는 목적물의 흐름에 따른 거래 관계로 규정했습니다. 신부 재산과 신부값은 신랑 측에서 신부 측으로 이동하는 데 비해 지참금은 신부 측에서 신랑 측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재산에 대한 소유와 권리 상속은 별개의 문제로서 각 사회마다 또 다른 관습과 제도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동일(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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