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동성로 노점상' 어디로 갔나 했더니…

▲ 금융결제원 부근 등 7곳의 대체부지로 옮긴 동성로 노점상이 도심의 명물로 특화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 금융결제원 부근 등 7곳의 대체부지로 옮긴 동성로 노점상이 도심의 명물로 특화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직장인 박인숙(32·여)씨는 요즘 동성로에 나갈 때면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해부터 벌여온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으로 삐죽삐죽하던 전봇대가 뽑히고 바닥과 쉼터 등이 단장된 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추억이 사라지는 듯해 아쉽다. 고교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떡볶이를 사먹고 쇼핑을 하던 노점상들이 사라졌기 때문. 박씨는 "즐거운 기억이 많은 노점상이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동성로를 가득 메웠던 200여개의 노점상들은 현재 ▷금융결제원 북쪽(40m) ▷2·28 기념공원 서쪽(27m) ▷성내1동 주민센터 동쪽(138m) ▷경대병원 응급실 남쪽(21m) 등 7곳에 70여개만 새로 둥지를 틀었다. 동성로 노점상을 일제히 철거한 중구청이 네 차례에 걸쳐 생계형 노점상을 가려내 지정된 대체 부지에 입주시킨 것이다.

하지만 대체 부지는 유동인구가 적어 상인들은 물론 구청에서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16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 금융결제원 옆 소방도로. 지난 2월 18명의 노점상이 새살림을 편 곳이다. 그러나 토요일 오후인데도 행인들의 발길이 드물었다. 고무덮개에 꽁꽁 싸여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것도 네댓 개나 있었다.

8년간 동성로에서 노점상을 해왔다는 김모(45·여)씨는 "한일극장 근처에 있을 때는 오전 10시쯤 영업을 시작하면 곧바로 손님이 왔는데 이곳으로 옮긴 뒤로는 오후 서너시가 돼야 겨우 물건 하나 팔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구청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노점상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대체부지 상권을 활성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금 5억원을 확보, 덮개가 있고 도시미관과 어울리는 리어카를 제작해 상인들에게 대여해줄 예정. 노점상 일대 보도블록 교체, 가로 정비, 야간 조명 설치 등을 통해 미관을 개선,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정기적인 문화행사도 열 방침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노점상권을 도심의 명물로 특화시켜 관광객들에게 좋은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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