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한국 박물관 100주년

1909년 대한제국의 순종 임금이 만백성에게 궁중 소장품을 관람토록 하겠다며 창경궁에 제실 박물관을 세운 지 올 해로 꼭 100주년. 한국 최초의 박물관이자 현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이다. 이후 1984년 처음으로 박물관법이 제정, 공포되고 1991년에는 박물관법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으로 개정한 데다 1999년과 2003년에는 연이어 박물관 관련 법규가 마련되면서 우리나라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공립 박물관과 대학 박물관, 사립 박물관 및 미술관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현재 등록된 곳만도 약 650여개소에 이르는 등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박물관 및 미술관의 규모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 중국에 비해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박물관이 100주년을 맞이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박물관협회에서는 지난 100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 박물관 및 미술관의 발전을 꾀하자며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행사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이집트 문명전'으로 230여 점의 전시품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전시회다. 단순히 '이집트 문명전'만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흥미롭고 꼭 한 번 접하고 싶은 전시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3천년 이상 이어져 온 이집트 문명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박물관 100주년의 이벤트라는 점에서 비춰볼 때 '이집트 문명전'의 타이틀이 어딘지 모르게 생소하고 어색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이집트 문명전'은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 중 단연 최고의 역사를 지녔다는 점에서 인류 문명의 기원을 되짚어 보려는 기획자 나름의 의도가 엿보이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를 비롯한 막대한 행사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한국 박물관 100주년 기념 행사로 굳이 '이집트 문명전'을 개최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

현재 국립박물관 수장고에 깊이 잠들어 있는 숱한 유물들, 예컨대 조선조의 유물만 해도 국보급이나 보물급 등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각종 귀중한 유물이 수없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귀중한 유물들을 한 군데 모아 이번 한국 박물관 100주년 기념 행사에 '조선 왕조 5백년 역사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한 번쯤 선보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전국에 산재해 있는 국립 박물관의 경우 그동안 소홀했던 지역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동안 빚어졌던 지역 간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시키는 것도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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