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버스조합이 사실상 카드넷 설립…주식매각 60억 챙겨

'버스조합만 배불리는 게 아닌가?'

대경교통카드 사업자 ㈜카드넷이 최근 대구버스조합을 상대로 신교통카드 사업 관련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버스조합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버스카드 문제가 불거진 것은 버스조합이 태생적으로 ㈜카드넷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카드넷은 1999년 버스조합이 버스카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시스템 업체와 함께 만든 회사다. 주식은 대부분 버스조합과 버스업계 관계자들이 나눠가졌다. 해마다 교통카드로 수억원의 수익금을 올려온 버스조합은 2006년 9월 보유하고 있던 14만4천주를 대상그룹 계열사인 UTC인베스트먼트에 팔았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버스 준공영제가 시작된 지 반년이 넘은 때였다. 그 해만 450억원의 지원금을 대구시에게서 받은 버스조합이 매년 수 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카드회사 대주주로 있기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버스조합은 주식을 매각하는 대신 대상그룹 계열사에게 ㈜카드넷의 영업권을 당초 계약보다 6년 더 긴 2016년까지 보장해주는 협약을 체결했다.

버스조합은 액면가 5천원인 주식을 4만5천원에 매각해 60여억원을 챙겼다. 조합 측은 이러한 사실을 관리·감독기관인 대구시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버스조합 이사장직을 맡았던 최준 전 이사장은 "버스회사들의 경영사정이 나빠 자구책으로 조합 보유 주식 14만4천주를 4만5천원에 UTC 측에 넘겼고 수익금은 각 버스회사에 나눠줬다"며 "계약 주체가 대구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통보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넷의 주식 가운데 30% 이상은 여전히 대구 버스업계 관계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버스조합이 신교통카드 사업 시작은 물론, 이번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버스조합의 소극적 태도로 올 2월 신교통카드 사업자로 선정된 BC카드-삼성 컨소시엄이 오히려 이번 가처분 신청에 변호사까지 앞세워 적극 나서는 기막힌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를 안중에 두지 않는 버스조합의 행태는 이번 버스카드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버스조합은 준공영제 실시 이후 시민 혈세만 받아 쓸 뿐, 대구시의 관리·감독권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버스조합은 2006년과 2007년에도 수익금 공동관리 지침에 불만을 표시하며 수입금 공동계정에 적립해야 할 시내버스 외부광고 수입금 10억여원을 수 개월 동안 입금하지 않았다. 이번 가처분 신청건에 대해서도 대구시는 철저히 무시됐다.

정원재 대구시 교통국장은 "버스조합이 너무 소극적이어서 우리도 답답하다"며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사실도 버스조합이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1일 파악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렵다. 대구시는 신규 교통카드 사업의 걸림돌이던 버스조합과 카드넷의 이면 계약건을 해결하지도 않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무리수를 뒀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대구시의 신규 교통카드 도입 사업이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 하더라도 버스조합 등 사업주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했어야 했다"며 "대구시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시민들에게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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