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돋보기] 가족공동체 캠프힐에서 희망을 찾는다

SBS스페셜 24일 오후 11시 20분

다발성 신경경화증으로 스물셋에 시력을 잃은 노동주(28·사진)씨는 시련을 극복하고 다큐멘터리 감독의 꿈을 살려냈다. 주변의 회의와 냉소가 쏟아졌지만 그는 해냈다. 그의 도전 뒤에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든든한 '가족'이 있었다. 자폐증, 다운증후군, 뇌병변장애로 장애를 겪는 사람들과 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 노동주씨가 캠프힐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24일 오후 11시 20분 방송되는 SBS스페셜 '희망의 가족공동체, 캠프힐'은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아일랜드 밸리토빈의 캠프힐을 다루고 있다. 노동주씨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캠프힐을 방문,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어떻게 서로를 보듬고 건강하게 살아가는지 영상으로 담았다.

노동주가 찾아간 밸리토빈 캠프힐은 인구 400만명의 작은 나라, 아일랜드에 있는 13개 캠프힐 중 하나다. 드넓은 지평선과 초원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다섯 채의 집과 학교, 음악당, 농장과 축사를 갖춘 미니 마을. 한 가족당 하우스 패어런츠(House parents)라 불리는 부부와 장애인, 자원봉사자 등 12~18명이 한 집에 산다. 캠프힐에서는 장애인이라 부르지 않고 '스페셜 니드'(Special need), 즉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 부른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에게 친구이자 치료사이다. 자원봉사자 한 명당 장애인 1명을 책임지고 돌보며 틈틈이 가사와 농사꾼, 교사 역할을 겸한다. 1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을 장애인과 함께 살아온 캠프힐의 자원봉사자들은 오히려 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살았음을 고백한다. 캠프힐의 살림은 모두 자급자족, 공동 소유를 원칙으로 한다.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장애아들을 캠프힐에 위탁하면 정부의 장애인 보조금이 생활비용으로 지급된다. 학교에서는 인간의 공평한 능력을 바탕으로 둔 발도르프 교육이 행해지고, 비장애인 학생들도 일부러 찾아와서 배운다. 특별한 교과목 없이 음악, 그림, 이야기, 야외 활동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1940년대 탄생한 캠프힐 운동은 현재까지 110여개의 커뮤니티가 생겨났고 여러 장애인 공동체의 모태가 됐다. 장애인이 집안을 벗어나기 힘들고 사회 속에서 존재감을 지니기가 더더욱 어려운 우리나라 장애인의 현실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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