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허용에 따른 주가하락 우려가 제기된 종목들이 공매도 허용 발표 하루만인 21일, 큰폭의 주가 조정을 받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허용 충격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걱정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때문에 개미(개인·소액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공매도 허용조치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해온 공매도 제한조치와 관련, 다음달부터 비(非)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미리 팔고 싼값에 되사서 갚아 차익을 챙기는 매매거래를 말한다.
금융위 발표가 나온 이후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리요네(CLSA)는 보고서를 통해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 가운데 주가가 단기급등했거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높은 종목 등을 중심으로 하이닉스와 금호산업, 삼성전기, SK브로드밴드, 하나투어 등 5개 종목을 공매도 허용에 따른 취약 종목으로 꼽았다.
이 보고서가 나오자 21일 하이닉스가 7.24%나 급락한 것을 비롯해 금호산업(-4.31%), SK브로드밴드(-3.83%), 하나투어(-2.54%) 등이 동반 급락하고, 삼성전기(-0.57%)도 급락은 아니었지만 하락세로 마감했다.
대차잔고가 높은 종목은 앞으로 공매도가 허용되면 공매도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수 있어 해당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낀 나머지 주식을 처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대신증권 역시 공매도 허용에 주의해야 할 종목으로 제시했던 하이닉스, S-Oil, 한화, KT&G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한화는 4% 이상 내렸고 KT&G와 S-Oil도 소폭 내렸다.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도 연초 이후 업종내 주가 상승률이 높거나 외국인 지분율 변화가 큰 종목이 외국인 공매도 대상으로 유력하다며 두산중공업과 기아차, 현대제철 등을 꼽았다.
이들 종목 역시 21일 기아차가 3.49% 빠진 것을 비롯해 두산중공업과 현대제철은 각각 6.52%, 3.07% 하락했다.
공매도 제한조치가 풀리는 것은 다음 달부터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빌린 주식의 규모를 의미하는 대차거래 잔고를 이미 늘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비금융주 공매도 허용 결정이 섣부른 것이라는 개미들의 반발이 일제히 터져나오고 있다.
21일 오후 금융감독원 인터넷 사이트를 비롯해, 각종 증시 관련 게시판에는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를 위한 것으로 결국 개인들의 희생을 가져온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렇게 된다면 증시는 다시 패닉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금융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이제 1,400이다. 정부는 우리 주식시장이 벌써 안정됐다는 착각에 빠진 것 같다. 공매도 허용은 시기상조"라고 금융당국을 비난했다.
금감원 게시판에는 "외국인과 기관들의 배를 불리려고 작정하지 않고는 공매도를 허용할 이유가 없다"는 글도 올라왔으며 "개인들은 물량을 정리하고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 재산을 지키는 길"이라는 게시물도 인터넷에 잇따랐다.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팔고 싼값에 되사서 갚아 차익을 챙기는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들의 전유물로 사실상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어렵고, 하락장에서 주가 하락을 가속화시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손실만 끼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간주해 10월부터 금지시켰다.
한편 공매도 허용이 향우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많다. 선진국도 공매도 허용 이후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고 현재 우리 증시도 상승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매도 영향력이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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