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대중교통정책이 '역주행'하고 있다. 승용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꾸겠다던 시의 공언과는 달리, 도심 속 시내버스 주행속도는 줄고 승용차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달 중순부터 대구시가 돈 못 버는 버스 노선에 대해 운행 횟수마저 줄이는 바람에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거꾸로 가는 교통정책
매일 버스를 이용해 중구 대봉교 부근 집에서 달서구 죽전네거리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이모(28·여)씨는 요즘 출·퇴근길이 짜증스럽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거북이운행을 일삼는 버스 때문이다. 이씨는 "10㎞도 채 되지 않는 거리인데 20분 이상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구 버스는 느려도 너무 느려 터졌다"고 불평했다.
이씨 말대로 대구시내 도심을 지나는 버스주행 속도가 서울, 부산 등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턱없이 느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구시가 만든 '대구지역 승용차와 버스의 도심 통행속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시내버스 주행속도는 평균 16.6㎞/h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2.3㎞/h, 부산 24.4㎞/h보다 시간당 6∼8㎞나 떨어진다. 특히 전년도 버스속도(19.9㎞/h)보다 17%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승용차의 도심 주행속도는 24.9㎞/h에서 27㎞/h로 8%나 빨라진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이뤘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우대윤 과장은 "서울, 부산의 경우는 버스 중앙차선제를 도입해 버스 속도가 대구보다는 빠를 수밖에 없고, 도심을 가득 메운 불법 주정차 차량도 버스 속도를 느리게 하는 주범"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시민들은 대구시가 외쳐온 대중교통 위주의 교통정책이 어디로 갔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시민은 "중앙로에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만드는 등 대구 전체를 대중교통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대구시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돼버렸다"고 쓴소리를 했다.
◆돈 못 버는 버스는 떠나라?
대구시의 버스 운행 감회 정책에 대해서도 비난이 일고 있다. 시내버스의 감회 운행은 배차간격을 늘리게 되고 결국 이용자들의 불편을 가중시켜 버스 이용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는 시내버스 휴일·공휴일 탄력배차(감회 운행) 확대 방침에 따라 전체 1천561대 차량 중 16.6%에 해당하는 254대를 감회 운행하던 것을 이달 10일부터 43대를 추가로 줄였다.
평일 대비 수입금이 크게 떨어지는 노선이 철퇴를 맞았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차량 43대를 추가 감회해 연간 3억∼5억원 정도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며 "꼭 필요한 노선은 감회에서 제외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은 "대구 시내버스의 적자는 불편한 서비스 때문에 시민들이 버스를 많이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버스감회 정책은 결국 시민들이 버스를 외면하게하고 적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와 사회공공성강화를 위한 대구연대는 대구시의 시내버스 휴일 추가 감회정책과 관련, 22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시민 불편은 물론, 장애인, 고령자 등 교통약자의 불편이 더욱 커지고 재정지원금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며 감회운행 철회를 요구했다.
임상준기자 news@mn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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