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 준공영제 원점 재검토하자"

대구버스조합이 대구시 몰래 버스카드 영업권을 6년 연장해주는 협약을 맺은 사건(본지 21일자 1·4면 보도)을 계기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후 오히려 대구시의 관리·감독권이 무력화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민, 전문가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고 대구시와 버스조합 모두를 견제할 수 있도록 버스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버스카드 사건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은 "버스조합에 대한 감독체계가 없을 뿐 아니라 대구시의 비판이나 개선 요구는 물론, 설득조차 먹혀들지 않는 상황에서 해마다 혈세가 700억원 넘게 투입되는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시내버스 외부광고, 신교통카드 등 정책 전반에 걸쳐 버스조합에 주도권을 뺏겼다"며 "버스조합의 독선에 대구시도 욕할 게 없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현재 우리나라 도시교통 여건에서 이론적으로는 완전 공영제나 노선 입찰제 등에 비해 합리적이지만 대구에서는 최악의 제도로 전락했다"며 준공영제를 폐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준공영제 개선 대책이 버스업체 구조조정, 감차, 중형버스 도입 등 비용 감축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버스조합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을 자초한 것도 준공영제 폐기 논의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계명대 교통공학과 김기혁 교수는 "대구 시내버스 운송원가는 높지 않지만 수입금이 적기 때문에 버스 한 대당 지원금이 다른 도시에 비해 많다"며 "적극적인 교통수요 관리정책,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 등 수입 증대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내버스 이용 승객은 지난 3월 현재 주중 평균 87만5천명으로 준공영제 실시 이후 3년 사이 45.1%가 늘었지만 시내버스 환승률도 10.4%에서 20.1%로 늘어 실제 수입 증가는 크지 않았다.

영남대 도시공학과 김갑수 교수는 "인천의 경우 희망 업체에 한해 준공영제를 실시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대구시도 지금쯤 타 지역의 운영 사례와 개선책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내버스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고 실질적인 권한들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운영돼온 버스개혁시민위원회 등은 권한에 한계가 있어 성과가 부족했다"며 "준공영제 실시로 공공재의 성격이 더욱 강해진 시내버스에 책임성을 높일 수 있도록 대구시와 시의회가 획기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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