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유머] 敎室悲話(교실비화)

경상도의 어느 고등학교 3학년 담임으로 성격이 까칠한 경기도 출신의 S교사가 부임을 해왔다. 수학 전공자답게 S교사는 매사 빈틈이 없었으며 학급 운영도 깔끔했다. 수업 중 떠드는 학생이나 딴전을 피우는 학생이 있으면 결코 놓치지 않고 일으켜 세워 주의를 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체벌도 가하는 엄격주의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 중에 자꾸만 옆자리의 급우들을 집적거리며 산만한 태도를 보이는 학생이 있어 은근히 화가 난 S교사가 그 학생을 일으켜 세우며 "너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학생의 대답은 "안듣기는데요"라는 것이었다.

그러잖아도 벼르고 있던 참에 선생님이 이름을 묻는데도 "안 듣긴다"고 답하자, 반항으로 여긴 S교사는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했다. "너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학생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여전히 "안득긴데요"였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S교사는 학생을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청소용 밀대봉으로 녀석의 엉덩이를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두들겨 패줬다. 여기서 밀리면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고 교실운영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에서 S교사는 다시 다잡아 물었다.

"너 이름이 무엇이냐?" 그러자 녀석이 눈물까지 찔끔찔끔 훔치며 하는 말이 "진짜 안덕긴데요. 안~덕~기~!" 어이쿠 이런 낭패가…. "안덕기인데요"란 경상도식 대답을 '안듣기는데요'로 들었던 것이다. S교사는 덕기에게 너무 미안했다.

한 손으로 연방 엉덩이를 비벼대며 아파하는 녀석을 보니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 S교사는 한가지 제안을 했다. "네가 지금 선생님께 바라는 것이 있으면 하나는 꼭 들어주마!" 그러자 덕기가 득달같이 하는 말인즉 "선생님 엉덩이에 똥침 한 방만 놓게 해주이소"였다.

S교사는 '그 정도야…' 싶은 마음에 교탁에 두 손을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그런데 덕기의 똥침이 장난이 아니었다. 얼마나 세차게 찔렀는지 정신이 아득할 정도였다. S교사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아이고 덕기야~" 그런데 그 소리와 함께 녀석은 똥침을 또 한 방 날리는 것이 아닌가.

교사는 다시 비명을 터트렸다. "아이고 덕기야~~" 그러자 또 한 방이 엉덩이를 파고들었다. 그제야 주저앉았다가 겨우 일어선 S교사가 화를 내며 물었다. "이 녀석, 너 선생님에게 맞았다고 이러는 거냐?" 그러나 덕기의 대답은 기상천외였다. "선생님이 자꾸 '더 끼아~ 더 끼아~라고 안했십니꺼…."

교실 유머를 하나 더 소개한다. 수업 시간을 알리는 벨소리와 함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교사가 지저분하고 무질서한 교실 분위기에 화가 나서 "주번 나와"라고 소리쳤다. 학생 한 명이 나오자 선생님은 불문곡직 "교실 꼴이 이게 뭐냐"고 질타를 하며 회초리로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때렸다.

교실은 금세 조용해졌고 교사가 출석을 부르려는 순간 뒷문이 드르르 열리며 주전자에 물을 담아 든 학생이 하나 들어섰다. 화가 덜 풀린 선생님이 물었다. "넌 또 뭐야?" 그러자 그 학생이 "주번인데요"라고 대답을 했다. 교사가 조금전에 손바닥을 맞은 학생을 내려다보며 "그럼 너는 뭐야?"라고 물었다. 그 학생의 대답은 "9번인데요…"라는 것이었다.

어문 선생도 있고 별난 학생도 있는 게 교실이다. 그러나 교실의 존재 이유는 학생들의 공부에 있다. 공부(工夫)란 당연히 인성함양을 포함한다. 여기에 반하는 교실문화란 용납될 수 없다. 학생도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교사에게 반항하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교사의 체벌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하는 학생들, 사회 통념과 상식에 벗어나는 수업진행과 교실운영으로 비난을 받는 교사들, 교사의 학생 지도방침에 삿대질을 하며 고발도 서슴지 않는 학부모들….

교실붕괴, 학교붕괴, 교육붕괴…. 넘쳐나는 교육열 속에 무너져가는 교실문화를 어떻게 해야 하나. 모두가 내 탓이 아닌 네 탓일까. 스승의 날을 지나면서 떠올려보는 교실(敎室)이다. 小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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