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 둘에 나눠
정철
한 몸 둘에 나눠 부부를 삼기실사
있은 제 함께 늙고 죽으면 한 데 간다
어디서 망녕엣것이 눈 흘기려 하느뇨.
5월엔 기념일이 많다. 어린이가 성년이 되고, 성년이 되어 부부가 되고, 부부가 되어 어버이가 되는 삶의 과정을 말하듯 '어린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어버이날'이 5월에 다 들어있다.
이뿐만 아니다. '근로자의 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이 있고, '세계인의 날' '세계 가정의 날' '발명의 날' '바다의 날'에다 '방재의 날'도 있다. 그래서 지구상에 사는 그 누구라도 한두 날에 관련되지 않을 수 없다. 절후로는 '입하' '소만'이 있고, 옛 명절 '단오'도 있다.
그 중에서 5월 21일 '부부의 날'이 관심을 끌 만하다. 권재도 목사가 어린이날 어느 방송에 출연한 어린이에게서 "내 소원은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캠페인을 벌이기로 결심, 1995년부터 "둘(2)이 하나(1)돼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날 남편은 아내에게 붉은 장미, 아내는 남편에게 분홍 장미를 선물하자는 것은 이를 통해 애정 표현의 서투름을 극복하자는 의미다. 부부의 날이 5월 21일이 된 것은 가정의 달 5월에다 2와 1이 겹치는 21일을 '둘이 하나 되는 날'로 상징하기 위한 것이다.
위 작품은 송강의 훈민가(訓民歌) 또는 경민가(警民歌)로 불리는 노래 중 '부부유은'(夫婦有恩)이다. 훈민가는 정철이 45세 때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도민의 교화를 목적으로 지었다. 중국 송나라 때 진고령(陳古靈)이 백성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조목별로 쓴 '선거권유문'(仙居勸誘文)인 13조에 군신(君臣) 장유(長幼) 붕우(朋友)의 3조목을 추가해 각각 한 수씩 읊은 것이다. 16수의 연시조 형태를 취했으나 각 수는 독립되어 있다.
'한 몸을 둘로 나눠 부부가 되고, 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함께 늙고, 죽으면 한데 간다. 그런데 망령된 일로 서로 눈을 흘겨서야 되겠는가'라는 뜻이다. 부부 사이의 정신적 유대를 강조하고 있다. 교훈적인 내용을 설명이 아닌 감각으로 풀어내면서 뛰어난 표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부부가 정겹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옛 시조에선 한 몸을 둘로 나눈 것이 부부라 하였고, '부부의 날' 슬로건은 둘이 하나 되는 것이 부부라 한다. 그런 인식이 고금의 차이일까. 어쨌든 부부는 하나가 되라고 한글로는 같은 글자를 쓰나 보다.
문무학(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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