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친해진다든지, 존대하던 서로가 말을 놓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배일 경우 후배를 더 챙기며 출신학교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후배에게 설파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동문은 출신학교가 같다는 의미 이상으로 다가온다. 출신고교에다 대학까지 같다면 '직속라인'이라는 말이 쓰인다. 고향이 같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이유로 '동기'로 묶는 경우도 있다. 학벌로 전체를 재단할 수 없지만, 대구의 정·관·재계에서 '직속라인'은 어떻게 형성돼 있을까.
?'직속라인' 이렇게 이어진다.
앞서 살펴본 대로 정·관계에서는 '경북고, 서울대'가, 재계에서는 '계성고, 영남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조합에 해당되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먼저 '경북고-서울대' 라인은 현 대구시장인 김범일 시장과 이재용 전 남구청장이 관계에서는 유일하다. 두 사람은 1950년, 1954년생으로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맞붙기도 했다. 하지만 둘은 학벌 라인만 같았을 뿐 실제 활동경력은 전혀 달라 '직속라인'이라는 점이 무색하다.
정계에서는 박준규(1925년생) 전 의원부터 박종근(1937년생) 이정무(1941년생) 박철언(1942년생) 이해봉(1942년생) 안택수(1943년생) 이한구(1945년생) 강재섭(1948년생) 유승민(1958년생) 의원까지 다수를 차지한다. 재계에서는 한국광유의 곽혜근(1947년생), 대한건설협회 대구광역시회의 이홍중(1949년생), 엑스코의 김재효(1951년생) 대표 등이 있다.
'계성고-영남대' 라인은 정·관계에서는 없다. 재계에서는 동우이앤씨건축사무소의 홍호용(1948년생), 동방플랜택의 이동욱(1949년생), 대구경북직물공업협동조합의 김태선(1953년생) 이사장이 '계성고-영남대' 라인으로 분류됐다.
소수지만 삼양주유소의 손영대(1949년생), 평화발레오의 김상태(1953년생) 사장은 '계성고-경북대' 라인. 대구신용보증재단의 추교원(1953년생), 삼화식품의 양승재(1966년생) 대표는 '계성고-중앙대' 라인에 속한다.
한국에서 호남향우회, 해병대와 함께 세 손가락에 꼽히는 응집력을 자랑하는 고려대 출신들로는 정·관계에 이종화(1949년생) 곽대훈(1955년생) 주성영(1958년생), 재계에 정호민(1933년) 안도상(1937년생) 송정섭(1938년생) 이인중(1945년생) 회장 등이 있다.
?대구 이외의 지역, 동향이라는 이름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고향이 같은 이들이 주요 리더로 만나기는 쉽잖은 일. 하지만 특히나 관계자들이 많은 지역도 있다. 의아한 부분은 규모면에서 경북 지역 제1의 도시인 포항 출신들의 약진이 대구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 포항 출신들의 경우 포항고를 중심으로 포항 지역에서 이미 카르텔이 형성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역대 포항의 국회의원이었던 허화평, 이상득, 이병석 의원 모두가 포항 출신으로 포항고나 동지상고를 졸업했다. 반면 대구 인근의 시·군들은 대구로 흡수, 대구에서 활동을 주로 했기 때문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표참조).
?정·관계 특정학교 독식, 대구만 그런가?
현재 18개 의석수를 가진 부산과 8개 의석수를 가진 광주의 현역 국회의원들, 그리고 16개 기초자치단체를 가진 부산과 5개 기초자치단체를 가진 광주의 기초자치단체장을 비교해봤다. 그 지역의 명문으로 꼽히는 부산고, 경남고, 광주일고 등이 중심세력에 포진해 있긴 했지만 대구만큼 집중적이진 않았다.
-부산과 광주, 정계
IMF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은 김영삼 대통령의 레임덕이 나타나던 시기. 하지만 그보다 한 해 전 있었던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부산의 21개 의석을 싹쓸이했다. '경남고-서울대' 출신 김영삼 대통령(거제 출신)처럼 당시 '경남고-서울대' 라인은 김형오, 정형근, 한이헌, 박종웅 의원 등 4명이 나왔다. 반면 광주의 경우 의석수(6개)가 적기도 했지만 당시 목포상고(현 전남제일고) 출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신안 출신)의 학벌라인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광주는 광주일고 출신들이 6개 의석 중 3석을 차지했고 광주 출신도 3명이었다.
12년 후인 지금은 어떨까. 부산의 경우 정의화, 김형오, 김무성 의원이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으로 있지만 일단 의석수에 변화가 있다. 부산은 18석으로 3석이 줄었고, 광주는 8석으로 2석이 늘었다. 다음으로 고교출신의 변화. 부산의 경우 고등학교 출신이 다양화됐다. 18명의 국회의원 중 부산고가 5명, 경남고가 3명일 뿐 나머지 10명은 제각기 다른 학교 출신이었다. 37세로 부산에서 최연소인 김세연 의원은 금정고 출신이었고, 수영구청장을 지낸 유재중 의원은 합천야로고 출신이었다. 출신대학도 분산됐다. 서울대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부산대 3명, 한양대 2명 외에는 모두 다른 대학 출신. 이 때문에 '경남고-서울대'라인은 12년 전에도 국회에 있었던 김형오 의원이 유일하다.
광주의 경우 늘어난 의석수에 비해 출신고교는 나뉘었다. 광주일고, 함평 학다리고 출신이 각 2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뿐 나머지는 모두 다른 고교 출신. 출신대학은 서울대가 3명, 전남대가 3명이었다. 출신지역도 광주 토박이 출신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부산의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4.2세로 대구의 57.4세에 비해 다소 낮은 연령대를 보였다. 광주도 53.8세였다. 12년 후인 지금은 역전됐다. 부산은 53.3세, 광주는 56.9세다. 대구는 58.6세로 평균연령 면에서는 부산, 광주에 비해 다소 연령대가 높은 편에 속했다.
-부산과 광주, 관계
우연인지 필연인지 대구시장은 모두 경북고 출신들이 차지했지만 부산과 광주는 조금 다르다. 부산의 경우 초대 시장이었던 문정수 시장이 '경남고-고려대', 고인이 된 안상영 전 시장이 '부산고-서울대', 허남식 현 시장은 '마산고-고려대'다. 물론 경남고, 부산고, 마산고 모두 고입시험이 있던 시절 그 지역에서 최고로 불린 학교들이긴 하다. 그러면 광주는 어떨까. 광주도 초대 시장이었던 송언종 시장이 '경동고-서울대', 고재유 시장이 '숭일고-조선대', 박광태 현 시장은 '문태고-조선대'다. 대구와는 사뭇 다르다.
기초자치단체장은 대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유독 광주는 출신고교와 출신대학, 출신지역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동, 서, 남, 북, 광산구 다섯 개의 기초자치단체라는 점에서 부산(16개)이나 대구(8개)에 비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는 게 이채롭다.
다만 기초자치단체장의 평균 연령이 12년 전에 비해 조금씩 높아진 점은 같았다. 부산은 56.7세에서 60.1세로, 광주는 57.3세에서 58.2세로 바뀌었다. 대구는 56세에서 55.9세로 변동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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