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연히 TV 광고에서 눈에 띄는 문구를 발견했다. '5월은 특별히 챙겨야 하는 날이 많은 달이에요. 사랑을 표현하세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등….'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왠지 모르게 내 눈과 귀를 조금은 부끄럽고 미안하게 만들었던 건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기념일들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귀차니즘'에 대한 반성과 후회의 증거였던 것일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다수의 현대인, 우리 모두가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5월이면 시립교향악단이나 민간 오케스트라단에서 특별 공연으로 준비하는 클래식 음악회의 단골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생상스의 '동물 사육제'와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를 함께 공연하는 경우다.
사실 생상스의 '동물 사육제'는 그의 나이 51세 때인 1886년 사순절 직전인 2월 말의 사육제 '마르디 그라'를 위해 준비한 작품으로 청중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생상스 특유의 풍자와 기지로 사자에서 닭·당나귀·거북이·코끼리·캥거루·금붕어·뻐꾸기·백조 등 여러 동물들의 특징적인 모습이나 개성을 각각 다른 악기와 연상시켜 매우 기발하게 실내악곡으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감상곡으로 실려있다. 특히 오펜바흐의 오페라 '천국과 지옥'의 선율을 들려줄 때나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큰 악기인 콘트라베이스가 코끼리가 뒤뚱거리듯이 춤추는 듯한 리듬을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단순히 어린이들만을 위한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재밌고 흥미로운 작품임을 깨닫게 된다.
생상스의 '동물 사육제' 음악을 듣는 것은 그저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고 감동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무한한 상상의, 혹은 동심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해주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코피에프의 어린이를 위한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는 1936년 작곡가 자신의 대본으로 생상스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등장 인물에 특정한 악기를 배치했다. 소년 피터는 현악 5부로, 피터의 친구 새는 플루트, 오리는 오보에, 고양이는 클라리넷, 할아버지는 바순, 이리는 3개의 호른 등으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중들에게 음향에 의한 악기법 공부를 쉽게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이 곡에 관한 한 특히 40대의 어른들이면 1946년 월트 디즈니사가 만든 토키 애니메이션을 아련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통통하게 귀여운 피터가 할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숲으로 들어가서 우여곡절 끝에 늑대를 잡아오는 모습을….
사실 이 곡은 프로코피에프가 어린시절 러시아의 겨울 숲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아들에게 좀더 재미있고 유익한 러시아 얘기로 들려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즉 조국 러시아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자식에 대한 사랑을 모아 이렇게 멋진 클래식 음악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음악 속에 사랑이 있고, 음악과 함께 우리의 꿈이 더욱 멀리 날개를 펴고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음악칼럼니스트·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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