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기 침체로 아시아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지향해 온 수출 중심의 성장모델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가장 모범생으로 꼽혀온 싱가포르의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11.5%(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20~3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은 마이너스 6~9%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싱가포르 경제가 이처럼 참담한 성적을 내게 된 근본적 이유는 극단적인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수출은 GDP의 2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이 성공을 거둔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을 새로운 모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금융학 교수는 20일자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아시아의 발전 모델을 암묵적으로 떠받치고 있던 가정, 즉 미국 가계가 무한히 빚을 내서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성장 동력으로서의 아시아 발전 모델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 정책 결정자들이 하루속히 이 점을 이해하고 필요한 경제 및 정치 변화를 추진해 나간다면 (새로운 발전 모델로의) 전환 과정은 덜 고통스러울 것이지만 불행히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싱가포르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모범생 위치를 회복할지, 아니면 위기 국면이 계속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아시아의 발전 모델을 가능케 한 미국의 과소비가 재연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싱가포르의 상황은 우리에게도 기존의 성장 모델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우리나라도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0년 40%였던 것이 2007년에는 45.6%로 높아졌다. 그만큼 우리 경제 구조가 대외 변수에 더 취약해졌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내수를 키워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이 보호주의로 회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안이한 자세는 위기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성장 모델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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