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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동성로엔 지금, 볼거리·즐길거리 넘친다

젊음의 축제
젊음의 축제 '2009 동성로 축제'가 22일 개막된 가운데 대구백화점앞에서 열린 식전공연행사서 벨리댄스팀이 음악에 맞춰 아름다운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 도심은 지금 축제의 열기로 뜨겁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동성로 축제에 제4회 패션주얼리축제까지 어우러지며 흥겨운 난장이 펼쳐지는 덕분이다. 대구역 앞 대우빌딩에서 중앙치안센터까지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길은 온갖 볼거리, 즐길거리로 넘쳐난다. 축제가 여느 때보다 즐거운 이유는 확 달라진 동성로의 풍경 덕도 있다. 공공디자인 사업이 완료되면서 거치적거리던 전봇대와 전력설비가 자취를 감췄고, 바닥에는 붉은 점토블록이 깔렸다. 거리 곳곳에 배치된 벤치와 넓어진 길로 동성로는 한층 쾌적해졌다.

◆눈길 잡는 화려한 무대=동성로 축제 첫날인 22일 오후 대구 도심을 찾았다.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도심은 갖가지 부대행사로 술렁이고 있었다. 올해 동성로 축제는 대구백화점 앞 1무대와 중앙치안센터 앞 2무대, 대구역 대우빌딩 앞 3무대로 나뉘어 무대행사가 진행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대구백화점 앞 제1무대에 마련된 전통혼례의식. 의젓하게 사모관대를 한 신랑과 족두리를 쓰고 연지곤지를 찍은 신부가 천천히 무대에 올랐다. 조금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예비 부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곧이어 현대적 감각의 웨딩드레스가 무대를 수놓았다. 전통과 현재를 넘나드는 결혼 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패션쇼에 앞서 전자 첼리스트 이상희씨와 외국인 여성 연주자들이 색다른 '캐논변주곡'과 '아리랑'을 들려주며 강렬한 무대 매너를 선보였고, 오가던 시민들은 런웨이를 걷는 늘씬한 여성 모델들 앞에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같은 시각, 중앙치안센터 앞 제2무대에는 동성로가요제 예선 출전자들이 멋진 가락을 뽑아내고 있었다.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시민들의 응원에는 차별이 없었다. 개막식은 이날 오후 5시 대우빌딩 앞 3무대에서 펼쳐졌다. 개막 선언과 함께 각 무대는 꽃가루 축포가 터졌고, 고적대와 풍물단이 동성로 일대를 순회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이날 무대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동성로 개막경축쇼.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들어차기 시작한 객석은 서 있을 곳도 찾기 힘들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DJ 더스틴과 아나운서 이정윤씨의 사회로 진행된 쇼는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 등 국내외 뮤지션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풍성한 음악 선물을 안겼다. 힙합가수 토니B와 댄스가수 지애, 루, 쓰바사, 히로미치UK, 내 귀에 도청장치 등 동·서양이 어우러진 뮤지션들의 화려한 무대가 이어졌다. 일본인 가수 마에가와는 대구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을 담은 '대구의 친구들'이라는 곡을 들려줘 갈채를 받았다. 경축쇼를 지켜본 대학생 이준영(26)씨는 "축제의 열기가 기대했던 것보다 크고 뜨겁다"며 "만나기 힘든 외국 뮤지션들의 무대가 더욱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호기심 자극하는 거리행사=풍성한 거리행사는 축제라는 요리에 감칠맛을 더했다. 이날 오후 3시 대구 종로초등학교 일대는 나발과 태평소 소리로 요란했다. 500년 전 임금의 명을 받아 부임하는 경상도 관찰사의 행렬을 재현한 경상감사 도임순력행차가 시작된 것. 군악대와 의장대를 선두로 노란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취타대가 신명나는 가락을 연주했고, 그 뒤로 갑옷과 투구를 차려입은 군사들이 위풍당당하게 걸음을 내디뎠다. 풍물단이 이어가는 흥겨운 연주에 절로 어깨춤을 추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가두행렬은 동아백화점~시청네거리~봉산육거리~대구백화점~2·28공원 등으로 이어지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동성로를 따라 늘어선 각종 홍보·체험 부스는 호기심에 가득 찬 시민들로 북적였다. 가장 줄이 길었던 부스는 소주와 막걸리 무료 시음행사. '카~'하는 탄성과 함께 초여름 더위를 한잔 술에 날려버린 애주가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젊은 여성들의 인기 만점 부스는 뭐니뭐니해도 미용 관련 행사장이었다. 각종 메이크업과 네일아트, 피부관리 등 미용관련 부스마다 추첨판을 돌려 상품을 받거나 직접 메이크업 체험을 하려는 젊은 여성들로 가득했다. 푸른 바다를 그린 듯 보디 페인팅을 한 여성 앞에서는 10여개의 휴대전화 카메라가 번쩍였고, 대형 보아뱀 등 희귀 동물 전시코너도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친구들과 환자복을 맞춰 입고 동성로를 누비던 김모(18)양은 "학교 체육대회에서 퍼포먼스를 펼친 복장 그대로 동성로를 누비며 축제를 만끽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동성로 축제를 찾은 외국인들도 놀랍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원강사라는 클레어 벤튼(32·여·미국)씨는 "한국인 친구의 권유에 동성로에 나왔는데 신기한 것들이 참 많다"며 "사람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다양한 공연들이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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