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다. 있어서는 안 될 사태가 벌어졌다."
23일 토요일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시민들은 망연자실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가 발견됐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자살설'에 무게가 실리자 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보이면서도 정확한 서거 경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민들은 소탈한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점, 그런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 대해 충격을 보였다. 인터넷은 갑작스런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검색하려는 시민들이 폭주하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일부 뉴스 사이트는 접속이 되지 않는 사태가 속출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는 "평생을 깨끗하게 사신 분인데 명예가 실추되다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것 같다. (노 전 대통령께)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검찰의 강압수사나 현정부의 정치적 공격에 희생됐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전 노사모 회원 최성훈(33)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이 났다. 침통하다"며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언론이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 노 전 대통령이 명예를 택한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조태석(47)씨는 "단체 세미나를 가던 도중 소식을 들었다"며 "정확한 사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자살이라는 믿기 힘든 소식에 직장 동료들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소식을 듣자 "그냥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한참 후 입을 떼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고향에 내려가 스스럼 없이 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답답하다"며 말을 흐렸다.
일부 시민들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숨진 데 대해 검찰과 언론, 정치권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노총 대구본부 박배일 본부장은 "이유가 어떻든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애도를 표하면서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너무 몰아가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잘못 여부를 떠나 사회가 한 사람을 단죄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인 것이 이런 비극적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 박 본부장은 "그동안 역대 대통령 비리와 수사가 끊이지 않았는데, 우리 사회와 정치인들이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주현(25)씨 역시 "전직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고통을 받아왔다는 점서 검찰과 언론은 깊이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계와 경제인들은 세계에 유례없는 사태로 당장 국가가 입을 타격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안팎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는 한국 경제가 이번 사태로 인해 더 타격을 받고, 정치·사회적 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하춘수 대구은행장은 "충격적이고도 당혹스런 사태다"라며 "노 전 대통령은 소탈한 서민적인 대통령의 모습으로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분이었고, 결과와 관계없이 국가발전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하셨던 분이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 행장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사태지만 이번 일로 국가 신인도와 경제가 타격을 입어서는 안 될 것이며 국민과 관계기관, 경제인들이 슬기롭게 대처해 우리 정치문화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고향에 내려와 여생을 보내려던 분이었다. 국민들의 박수속에 여생을 보내야 했는데 안타깝다. 재임 중에 정치개혁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신 분이었는데 이런 사태가 생긴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고 밝혔다.
임병헌 남구청장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였던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너무나 충격이다"며 "경제를 살리고 국가 안정을 꾀해야 할 시점에 이런 사태가 발생해 앞으로 우리 사회에 갈등이 깊어질 것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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