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심히 살펴야 할 어린이 질환] (2)소아비만

10명중 7명이 지방간'고혈압 등 성인병 동반

통통하고 살찐 자녀를 보며 흐뭇해 하는 부모들이 있다. 튼튼하고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살찐 것은 건강의 상징이 아니라 질병의 증거다. 소아 비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소아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진행되고 성인병의 조기 발병도 우려되며 자칫 정신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 비만을 개인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 단기간이 아닌 만성질환으로 보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아 비만,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까.

◆소아 비만 늘고 있다

'딴 나라' 얘기였던 소아 비만이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소아 비만이 최근 20~30년 동안 2, 3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도 남아 15~20%, 여아 10~15%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활동량과 칼로리 소모는 줄어든 반면 식생활 서구화로 인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소아 비만의 문제는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기대와 달리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성인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아 비만, 위험하다

소아 비만 문제의 심각성 중 하나는 중등도 이상 고도 비만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겉으로 봤을 때 뚱뚱하게 보이면 중등도 이상 비만아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성인병이 이미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중등도 이상 심한 비만아의 경우 70%에서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동맥경화증, 제2형 당뇨병, 정형외과적 이상 및 정신적 문제 등을 함께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고지혈증이 되면 어린 나이에도 동맥경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 또 살이 찌면 섭취한 당분을 몸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슐린에 저항성이 생겨 성인형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성인형 당뇨병을 가진 어린이는 목, 겨드랑이 등이 거뭇거뭇해지고 거칠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뿐 아니라 소아 비만의 경우 지방간이나 지방간염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중등도 이상 비만아를 대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면 20~40%에서 지방간 증상이 있다고 한다.

◆소아 비만의 분류

비만 정도를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비만도에 의한 분류와 체질량 지수에 의한 분류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비만도에 의한 분류는 성별, 연령별, 신장별 체중 50백분위수(소아청소년신체발육표준치 참고)를 표준 체중으로 비만도를 계산해 20%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즉 비만도(%)는 {(실측 체중-신장별 50백분위수 체중)/신장별 50백분위수 체중}×100이다. 이때 계산 결과 120~130%는 경도 비만, 130~150%는 중등도 비만, 150% 이상은 고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체질량 지수에 의한 분류도 있는데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성별, 연령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참고치를 이용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6세 이상 비만 진단에 유용하다. 세계보건기구 분류 기준에 따라 성별, 연령별에 비교해 85~94 백분위수일 경우 비만 위험군(과체중), 95 백분위수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이 밖에도 피부 두께에 따른 분류, 신장별 체중, 전산화 단층 촬영, 허리·둔부 둘레비, 생체 전기 저항 측정법 등도 있다.

◆비만 치료, 어떻게 해야 하나

소아 비만 치료에는 크게 식사 요법, 운동 요법, 행동 요법 등이 있다. 성인에게 흔히 사용되는 약물 요법이나 수술 요법은 보통 소아에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 목적이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활 습관, 식습관, 운동 습관을 바로 잡아 비만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각종 성인병과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계획에 따라 일정량의 음식을 먹고 정기적으로 몸무게를 측정해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식사 요법=소아 비만의 주요 원인은 바로 칼로리 과잉 섭취와 운동량 부족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거나 음식량을 줄이는 건 좋지 않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계속 성장하고 있는 시기인 만큼 무리한 체중 감량보다는 과잉 섭취하고 있는 잘못된 식습관을 조절하고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살을 뺀다고 간식을 완전히 끊기보다 저칼로리 건강식으로 대체하고, 자녀가 15분 정도에 걸쳐 천천히 식사, 포만감을 느껴 과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운동 요법=체중 감소도 중요하지만 감소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더 효과가 있다. 소아기 운동은 체중 감량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 운동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격렬하게 운동하는 것보다 꾸준하게 자주 하는 게 중요하다.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산소 운동으로는 달리기,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있는데 매일 10분 정도 집 부근을 산책하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천천히 운동 시간을 늘려나가는 게 좋다.

▷생활 습관=소아 비만 치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비만을 일으키는 잘못된 식이 및 생활 습관을 교정해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활동·운동량을 늘려 체중을 감량하는 게 중요하다. 부작용도 거의 없고 중도 포기율도 다른 치료 방법에 비해 낮으며 재발이 가장 적은 방법이다. 이를 위해선 부모가 먼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일상 생활 중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생활 습관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경훈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 비만 치료를 위한 기본적인 행동 요법

1. 텔레비전 시청을 하루 1, 2시간으로 제한한다.

2. 텔레비전을 보면서 음식을 먹지 않는다.

3.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동안 리모컨을 사용하지 않는다.

4. 텔레비전 시청 중 광고 시간에 운동을 한다.

5. 자녀 방에는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기 등을 두지 않는다.

6. 콜라, 사이다, 주스 등의 음료 섭취를 줄인다.

7. 보상으로 음식을 주지 않는다.

8. 부모가 운동과 식사 습관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9. 가족 모두가 함께 식사하고 운동을 즐긴다.

10. 날씨, 시간 등과 상관없이 자녀가 지루해 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운동을 즐긴다.

11. 매일 일상 생활에서의 활동을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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