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手足口病

1957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처음 발생한 手足口病(수족구병'hand foot and mouth disease)은 위험하지 않았다. 손, 발, 입에 水疱性 發疹(수포성 발진)이 나타나지만 아프거나 가렵지 않고, 일주일 정도면 나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자주 발생하면서 사태가 달라졌다. 97년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에서 34명, 98년에는 대만에서 78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말레이시아와 서부 인도에서 발병했으나 잠잠하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크게 번졌다. 지난해 3월 중국 안후이성 푸양에서는 무려 2만5천 명이 감염돼 42명이 숨졌고 싱가포르, 몽골, 베트남, 브루나이 등지에서도 7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올해도 40만 명 이상이 발병해 124명이 숨졌다. 국내에서는 이달 1일 수원에서 12개월 여자아이가 처음 숨진 데 이어 대구의 유치원생이 발병하는 등 전국적으로 유행할 조짐이다.

죽음에 이르는 것은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콕사키 바이러스가 주범이었다. 그러나 현재 아시아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은 腸(장) 바이러스인 엔테로 바이러스 71이 원인이다. 콕사키 바이러스보다 독성이 훨씬 강하다. 젖먹이들이 주로 걸리지만 요즘에는 성인도 걸리고 일부 환자는 폐렴이나 뇌염 등으로 악화돼 죽기도 한다.

이 병의 무서운 점은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신종인플루엔자와 비슷하게 예방약이나 치료약이 없고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더 심해진다고 하니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두려움도 있다. 오로지 철저한 개인위생만이 최선의 방어다. 정부는 그동안 수족구병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했다. 초여름에 유행하는 가벼운 전염병이며, 국내에서 퍼질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환자가 늘자 뒤늦게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오랜 경기 침체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데 병까지 설치니 걱정이다. 옛날부터 憂患(우환)이 겹치면 몸을 삼가라 했다. 다른 이를 탓할 것 없이 스스로 잘못을 먼저 살피라는 뜻이다. 자꾸만 얽히는 우환의 실타래를 풀자면 누구 할 것 없이 謹愼(근신)이 먼저인 듯싶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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