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 달서구 호산동 호산근린공원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웃음의 주인공은 인근 파호초교 5학년생들. 체험학습에 나선 학생들은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2호인 날뫼북춤의 흥겨운 가락에 몸으로 장단을 맞췄다. 공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각자 손에 장구며 징을 들고서 전통악기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학생들은 이어지는 전통놀이 체험에도 흠뻑 빠져들었다. 절구 찧기, 다듬이질, 목마 타기, 투호 던지기 등 평소에는 경험하기 힘든 놀이에 지치는 기색도 없었다. 쉬는 시간에도 목마 타기에 여념이 없던 아이들 속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계절의 여왕'인 봄이 제대로 왔다. 짧은 소매 옷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햇살도 따사하다. 학생들 현장 체험학습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곧 여름이 오고 방학이 되면 가족끼리 여행을 겸한 체험학습을 떠날 기회가 많아진다. 한 번 떠나는 길, 제대로 보고 익히고 돌아오는 방법은 무엇인지 체험학습 전문가들에게 그 요령을 들어봤다.
◆사전준비·사후정리도 중요
전문가들은 체험학습을 '다양하고 폭넓은 세상을 통해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너무 '현장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체험학습으로 알게 된 지식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함께 토론하고 공유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아름답고 푸른 지구를 위한 교육연구소(IBG)의 손정희 책임연구원은 "체험학습이 ▷자신의 내면과 만나 내면 성장을 이루는 살아있는 체험 ▷원리와 활용이 하나로 꿰어져 실제적 앎을 터득하는 체험 ▷화합하고 포용하는 세상의 리더로 키우는 체험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학부모들은 ▷체험준비 ▷체험활동 ▷체험정리가 함께 이루어지는 체험학습이 되도록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좋다는 것. 체험준비 과정에서는 먼저 장소와 소요 시간, 개인 준비물 등을 스스로 준비하도록 한다. 장소를 정할 때는 그 장소의 특징을 염두에 두고 '그곳에서 무엇을 알아 오고자 하는지' 주제를 정한다. 체험 장소의 중요인물을 찾아 인터뷰해 보는 것도 매우 좋은 경험이 된다. 장소의 경우 사전 예약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것은 물론이다. 인물 인터뷰는 사전에 전화나 전자우편으로 의도를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체험활동 과정에서는 '다양한 현상을 알게 된다'는 차원을 넘어 '다양한 관점을 체험하게 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래서 혼자 알고 있기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각자의 관점이나 알게 된 것을 소통하는 것이 좋다. 체험학습 중 학습노트를 쓰는 것도 중요한데, 이때에는 기사화해서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족들끼리 체험신문을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다. 손 연구원은 "기사를 작성하면서 어떠한 눈으로 어떠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해야 하는지 자세나 태도를 바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렇게 기사를 쓰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계기도 된다고 한다.
체험학습 이후에는 반드시 체험정리를 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정리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점, 즐겁고 재미 있었던 점이 무엇인지, 왜 그랬는지 '자신이 자신을 인터뷰'하는 방식이 좋다.
파호초교 학생들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5학년 체험학습을 담당한 박현애 교사는 "1주일 전에 학생들에게 체험하러 가는 장소와 내용에 대해 미리 조사할 것을 과제로 내줬다"고 했다. 사전 학습을 통해 내용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방안이다. 현장으로 가기 전 사전 교육도 실시했다. 체험학습 뒤에는 당일 보고서를 쓰게 했다. 박 교사는 "아이들이 체험활동으로 지쳐 있을 때는 과제로 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 대구 인근 체험학습지
자녀와 함께 체험학습을 떠나는 풍경도 요즘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교육적인 측면을 생각해 장소를 물색하는 데는 웬만큼 품을 들여야만 한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대구 인근 체험학습지를 소개한다.
▷자연염색박물관:팔공산 자락(대구 동구 중대동 567번지), 053)743-4300, www.naturaldyeing.net
천연염색에 대해 공부하고 주말엔 직접 염색 체험도 가능하다. 염색을 할 때 여러 가지 무늬를 넣다 보면 아이들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동화사 가는 길에 방짜유기박물관까지 들르면 더욱 알차다.
▷매실따기 체험:경북 칠곡군 기산면 죽전리 낙동강변 송광매원, 080-973-9400, www.skmaesil.co.kr
매실 따기와 담그기 체험이 가능하다. 시원한 풍광과 강바람을 이용한 연날리기, 매실밭에서 맛보는 다도체험도 가능하다. 인근 왜관의 구상문학관과 성주 세종대왕 왕자태실도 유적지 체험으로 좋다.
▷달성 도동서원:경북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053)617-7620
1605년(선조 38년) 영남사림학파 김굉필(金宏弼)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서원. 서원 구조를 통해 강당, 강의실, 기숙사, 출판을 담당하던 장판각, 사당, 교무실 등을 현재와 비교해 보면 좋다. 곽재우 장군 묘와 예연서원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생각.
▷우포늪:경남 창녕군, 055)530-2690~2, www.upo.or.kr
1억4천만년의 신비를 간직한 늪지대. 5, 6월 피는 노랑어리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수서식물과 430여종의 다양한 생물군, 여름철새인 왜가리도 관찰할 수 있다. 생성 원리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 수 있어 무척 교육적. 인근 창녕박물관과 창녕석빙고, 진흥왕 순수비 등은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된다.
▷대구박물관:대구 수성구 황금동, 053) 768-6051
대구경북의 불교문화와 영남의 사림문화를 이해하기 좋게 내용별로 전시·설명돼 있다. 고고실, 미술실, 민속실로 구분돼 있는데 특히 민속실은 영남의 선비문화 및 신앙과 민속놀이, 전통 주거문화를 공부하는 데 좋다. 이용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9시~오후 7시.
▷대구수목원:대구 달서구 대곡동, 053) 642-4100, www.daegu.go.kr/Forestry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생활쓰레기 410만t을 매립한 곳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목원으로 조성했다. 침엽수원, 활엽수원, 화목원, 야생초화원, 약용식물원, 염료원 등 21곳의 다양한 공간을 구성해 관찰, 견학, 학습탐구,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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