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상담] 고1 자녀, 성적관련 대화 기피하는데…

Q: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중학교 때까진 말도 잘 듣고 성적도 꽤 잘 나오던 애가 요즈음은 공부나 성적과 관련된 말만 하면 짜증부터 내서 대화도 안 되고, 그렇다고 모른 체하고 있을 수도 없고 해서 걱정입니다.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대학입시에서 성공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부를 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사람도 어머니였고 가장 장애가 되었던 사람도 어머니라고 합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이란 말이 있지만 자신의 능력보다도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부모의 역할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그 역할을 잘 하느냐'일 것입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 '자녀에게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이런 말들은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다 잘 알고 있지만 실천을 하지 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물가로 데리고 가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정도에서 멈춰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감동'이라고 해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마음을 움직여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라는 것입니다. 항상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고, 말 한마디를 하는 데도 상당한 노력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마음에 근심은 없는지,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은지, 누군가에게 섭섭한 마음은 없는지를 잘 살펴서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해야 합니다. 또 말을 할 때는 늘 긍정적인 표현이나 간접적인 표현으로 천천히 접근하면서, 자녀에게 다음 행위의 판단을 맡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긍정적 표현과 부정적 표현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국어학적으로 이야기하면 부정의 표현은 '아니(안), 못, 말다'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세 단어를 쓰지 않고 말하는 습관을 들여 보십시오. 그를 통해 학부모 스스로 변화를 느낄 수 있다면 아이는 저절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보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선수학습이 덜 되었을 수도 있고, 바뀐 교육과정에 적응이 안 되었을 수도 있는데, 본인의 노력만 있다면 금세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또한 전문계 고등학교로 간 학생들이 빠진 만큼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성적은 30% 정도 낮아지는 것은 통계적으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유철환(계성고 연구부장·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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