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얼짱·몸짱 이어 '키짱 시대'…아이 키 키우기 열풍

직장인 민모(45)씨 부부는 아이 키 키우기에 사활을 걸었다. 부부 모두 작은 편이라 아이 키가 작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민씨는 "한의원 성장클리닉에 다니며 약도 먹여 봤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요즘은 건강보조식품을 사 먹이고 있다"고 했다.

'키가 권력'이라고 할 정도로 요즘은 '키짱' 시대이다. 아무리 '몸짱' '얼짱'이라도 키가 작다면 모든 것이 허사다. 취업과 결혼, 대인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다 보니 학부모들도 자녀 키 키우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직장인 박모(36·여) 씨는 딸아이의 성장호르몬 주사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해외여행 때에는 냉동용기를 빌려서라도 가지고 간다. 박씨는 "혹시나 아이가 키가 작아지지 않을까 걱정돼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키 키우기 열풍=대구시내 병원과 한의원의 성장클리닉과 성장센터 등에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윤정연 프로라이프 대구지부장은 "아이 키가 커진다는 소문에 지난해보다 3, 4배나 교육생이 늘고 수강생 모집 때마다 항상 만원"이라고 했다. 태권도나 합기도 도장, 헬스클럽 등도 '키 성장'을 내세워 원생을 모집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키 키우기 열풍'을 앓고 있다.

운동과 자세 교정 등으로 몸의 성장 기능을 돕는 성장센터와 아이의 상태에 따라 호르몬 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성장클리닉에도 아이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여자 아이가 초경을 시작하면 성장이 늦어진다는 점에서 성호르몬 억제제를 쓰는 치료법도 등장했다. '루프린 주사'가 대표적이다. 주로 2~4세 아이의 부모가 많이 찾는 각 한의원의 성장클리닉도 인기다. '성장탕'이라 불리는 한약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초유 영양제' 등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사 먹기도 한다. "신생아 때부터 혈을 자극해 주면 키가 잘 자란다"는 말에 영·유아 마사지 특강도 예비·초보 엄마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성장센터의 경우 6개월 기준으로 180만~360만원은 기본이다. 한방 클리닉의 '성장탕'도 한 달에 30만~50만원으로 1년에 600만원이나 든다. 체중에 따라 1㎏에 1만원 정도 드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1년에 1천만원 안팎이 필요하다. 키 키우기 열풍은 불경기까지 피해가고 있다. 한 성장센터 관계자는 "키 작은 부모들은 자식도 작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성장치료를 서두르는 편이라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진경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키는 일단 유전적인 요소로 크게 좌우된다"며 "부모 키가 작은 경우 일찍부터 자녀 생육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고, 적절한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만 해도 키 성장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부작용 잘 살펴야= 각종 키 성장법이 난무하지만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각종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호르몬 치료의 경우 그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 성호르몬 억제제는 유방암이나 자궁근종 등에 쓰이는 것으로 성장 효과를 다소 볼 수는 있으나 부작용으로 골밀도가 감소할 수도 있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성인이 됐을 때 불임이 되거나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장호르몬 효과를 보는 아이가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초유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의 업체의 과장광고에 속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김진경 교수는 "어느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의학적으로 검증이 제대로 안 된 경우가 많다"며 "약물치료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전문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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