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에 사는 이향희(47) 주부는 25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이씨는 전날에 이어 아침밥도 거른 채 3살 난 아들까지 등에 업고 빈소를 찾았다.
오후 3시쯤 봉하마을 분향소 인근에서 만난 이씨는 얼굴이 햇볕에 그을려 발갛게 익어 있었다. 하루종일 땅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바람에 날려다니는 신문지, 빈 물병 등 분향소 주변을 어지럽히는 쓰레기들을 포대에 주워 담았기 때문이다. "힘든 일도 아니에요…. 주위가 깨끗하면 노 전 대통령님 가시는 길이 편하잖아요."
서거 3일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진 봉하마을 일대에는 단체의 표시가 있는 조끼조차 입지 않은 '즉석 자원봉사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과 고사모(고향을 사랑하는 주부 모임), 진영읍 새마을부녀회 등 공식 등록한 자원봉사자 500여명외에도 조문을 하러 왔다 봉사에 뛰어든 수십여명의 조문객들이 장례 일손을 도왔다.
경북 영주에서 조문을 왔다는 김일선(54·여)씨도 이날 곱게 차려입은 흰색 블라우스를 완전히 망쳤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 봉사를 하면서 음식 국물이 여기저기 옷에 튀었지만 몸을 잠시도 놀리지 않았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일손이 부족한데 저라도 도와야죠." 김씨는 잔반통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조문객들이 들고 있는 밥그릇을 정리하느라 하루종일 구슬땀을 흘렸다.
음식 부스 곳곳에서도 김씨처럼 식사를 하는 조문객 사이사이를 오가며 식탁을 정리하는 조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분리수거 쓰레기 차량이 들어올 때는 조문 차례를 기다리다 팔을 걷어붙이고 쓰레기들을 함께 올리는 조문객들도 있었다. 허리춤에 양복 상의를 묶은 채 채 차량 통제를 돕는 이들도 있었다.
뙤약볕 속에서 조문을 기다리며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서로 양산을 씌워주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빈소에서 1km정도 떨어진 마을 앞 버스정류장까지 조문객을 실어나르는 차량 봉사를 하는 이들도 보였다. '서로 돕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풍경이 너무 많이 눈에 띄었다.
이인수(37·광주시)씨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생전에 바랐던 너나없이 서로 돕는 모습이 이제서야 봉하마을에서 재현되고 있다"며 아쉬워 했다.
봉하마을에서 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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