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남자, 남자를 사랑하다

우춘춘 지음/이월영 옮김/학고재 펴냄

중국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400여년에 걸쳐 남성 문인사회를 풍미했던 남색 풍조를 깊이 있고 폭넓게 다룬 책. 저자는 남색이 세계 역사가 시작된 이래 존재해 온 하나의 성애 현상이지만, 중국의 명'청 시대처럼 사회적으로 공공연하게 유행하며 '풍조'가 되다시피 한 곳은 세계 어디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명'청 시대에 어린 미소년에 대한 성애적 열광은 현대인조차 의아하게 여길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 미소년들 사이에서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게 꾸미는 취향이 성행했고, 심지어 전족을 하는 소년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명'청 시대 선비들은 동성애에 대해 단지 관대한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동성애를 찬양했고, 미소년을 끼고 놀며 이들을 부양하는 것을 풍류생활 중 최대의 쾌락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미소년들은 2차 성징이 나타나면 버려져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명대 황제의 남색에서 비롯된 이런 풍조는 청대로 넘어오면서 문인과 관료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풍류로 여겨지기도 했다. 저자는 문학 속에 나타난 남색 풍조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다루었다. 이 책은 계급적 폐륜성, 성적 욕망의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336쪽, 1만4천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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