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 전대통령 '필생의 과제'도 지역주의 벽은 못넘어

'바보 노무현'. 당선이 안 될 줄 알면서도 '바보스럽게' 부산에 출마해 3번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지지자들이 지어준 '애칭' 이다.

그러나 생전의 '바보 노무현'이 "필생의 과제"라고 말했던 지역주의 타파는 현재로선 실패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진보·개혁 세력의 위기가 찾아왔고, 이는 영·호남 지역주의를 되레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는 우리 정치의 가장 고질적 지병인 지역주의와 싸운 전사였다. 1992년 14대 총선, 95년 부산시장 선거,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는 수도권, 호남 대신 부산 출마를 고집해 연거푸 낙선했다. 그러나 부산에서의 좌절은 든든한 우군인 '노사모' 결성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승부처였던 광주는 영남 출신의 노무현을 선택했고, 국민적 열풍으로 번져 대통령 노무현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지역주의와 싸움이 계속됐다. 2003년 국정 연설에서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깜짝 발언한 데 이어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을 탈당해 지역주의 극복을 외치며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2005년 7월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며 "대연정을 않더라도 선거제도만 고친다면 권력을 내줄 수 있다"고 말했고, 이는 진보·보수 양 진영으로부터 모두 외면받는 정치적 부메랑이 됐다.

그러나 지역주의는 오히려 더 심화됐다.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은 대구경북에 단 한명의 후보도 내지 못했다. '노무현의 남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대구 수성을)과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대구 중·남구)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던 대구경북 진보·개혁 세력은 정치권에서 사라졌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참여정부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 등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등용했던 대구경북 인사들은 지역에서조차 잊혀지는 분위기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구경북의 진보·개혁적 가치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비롯한 정치제도 개혁을 고민해야 하며 이에 앞서 진보·개혁의 조직적 기반을 꾸준히 마련해가는 지역 사회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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