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꿀단지'로 바뀐 해외펀드

대구 성서공단의 한 수출전문업체 해외담당 A차장. 그는 영업 특성상 해외에 관심이 많다보니 지난해 상반기에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펀드 위주로 해외펀드를 가입했다. 그러나 가입 후 몇달도 지나지 않아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인해 펀드가 '박살나기' 시작했다.

가입한 금액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힘들여 한푼 두푼 모은 돈이라서 상실감이 무척 컸다. 금융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말에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펀드를 방치해놨다.

하지만 올들어 A차장의 해외펀드 수익률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특히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 마켓의 수익률 상승은 눈부실 정도다.

가입시기, 투자지역, 적립식 유무 등에 따라 해외펀드의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지만 그동안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한 해외펀드들은 올들어 거의 원금회복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에 거치식으로 목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최소 10~40%까지 천차만별로 손실을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돈을 넣은 이머징 국가 중에서 특히 중국펀드의 올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지난 10월말 이후 중국 상하이 지수는 50% 이상 상승했으며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도 30, 40%내외 상승률을 보였다.

중국 브라질등 성장성이 높은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초 이후 주요 이머징 해외펀드 수익률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저점 대비 70% 넘게 상승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반등에 힘입어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펀드가 수혜를 입고 있기 때문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2007년 고점과 비교하면 아직도 하락폭은 큰 상태. 중국 및 러시아는 50% 이상, 인도 및 브라질은 30% 이상 내려가 있다. 상승여력이 더 많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하지만 해외펀드에 대한 전망이 장미빛 일색인 것은 아니다.

이들 이머징 국가의 수익률 변동폭이 워낙 큰 데다 실물 경기의 회복 여부는 아직 장담하기 힘든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단기에 너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글로벌 경기후퇴가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이 재확산된다면 조정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충고하고 있다.

이머징 마켓 안에서의 지역간 차별화도 유의해야할 대목. 중국이나 브라질 등의 시장에는 자금이 풍부하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대구상인지점 이승수 지점장은 "올 해 주요 이머징 국가의 수익률이 급등한 것은 지난해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효과와 글로벌 경기 회복이 신흥국에서 보다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하지만 아직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투자보다는 적립식 펀드 위주의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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