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었는데…" 서거 5일째 조문행렬

26일 오전 7시 40분쯤 봉하마을은 일순간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는 조문객이 많았다. 이른 아침 경북 문경에서 빈소를 찾은 여고 3학년 박수경양과 강민형 어린이의 편지 때문이었다. 박양은 "부모님 다음으로 존경하는 분인데 갑자기 이런 비보를 듣게 되니 머리가 멍해졌다"며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했을 때 너무나 큰 존재인 당신은 살아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저에게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구구절절한 사연을 읽어내려 갔다. 강군은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나섰을 때 많은 국민들이 박수로 환영하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눈물만 나올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서거 4일째인 26일 봉하마을 빈소에는 노 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시절 인연을 맺었던 조문객들도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38분쯤 원진 레이온 산업재해자협회 회원 40여명이 영전에 국화꽃을 바쳤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던 1989년 작업장을 직접 방문해 법률 지원 등을 했다. 한창길 대표는 "독가스 풍기는 현장을 유일하게 둘러보고 피해자들을 격려해준 노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큰 은인'이었다"고 말했다. 여성 2명은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25일 오후 1시 30분쯤에는 전남 담양에서 온 검은 정장차림의 한 노사모 회원이 빈소 인근에서 대성통곡했다. "저희 때문에 대통령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너무나 죄송합니다." 그는 20여분이나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절을 올렸고 수십m를 삼보일배하며 빈소를 떠났다. 가슴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저서 '바보가 바보들에게'란 책이 들려 있었다.

네팔 언론노조사무총장 포샨케이시(37)씨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7일 전 언론노조 교류차 한국에 들렀다는 포샨씨는 "평소 존경했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현 정권보다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 언론자유가 더 보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에서 조문호·임상준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