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데자뷰(기시감·旣視感·현상을 마치 예전에 본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 데칼코마니….
그리 길지도 않은 우리의 대통령사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정권을 넘겨준 전임 대통령들이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돼 비슷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권력 최정점인 대통령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족 등 친인척 문제였다. '대통령 수난사'의 정점을 찍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 '로열 패밀리'들의 기승은 5공 이후 본격화됐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자녀들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지만 동생, 처남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는 새마을운동본부 공금 횡령 사건으로 구속됐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 박철언씨는 6공 시절 '황태자'로 불렸지만 슬롯머신 사건으로 정치 인생을 접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아들들'이 말썽을 부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는 정권 말기인 1997년 한보사건으로 구속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은 조세 포탈 혐의와 알선수재 혐의로 각각 구속되면서 오점을 남겼다.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도 결코 적잖다. 취임 첫해였던 지난해 8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인 김옥희씨가 공천 사기 혐의로 사법처리됐고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대통령과 친인척 비리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청와대의 사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통령 측근이 친인척 관리를 맡으면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만큼 높은 도덕성을 갖춘 중립적 인사를 배치하거나 아예 청와대 바깥에 독립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
현재 대통령 친인척 관리는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민정1비서관실에서 전담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에서 파견된 7, 8명의 행정관으로 '친인척 관리팀'을 구성해 친인척을 지켜보고 있다. '관리 대상'은 대략 1천200명쯤. 범위는 이 대통령의 친가 쪽 8촌 이내와 외가 쪽 6촌 이내, 김 여사 쪽 6촌 이내다. 하지만 이 많은 인원을 청와대에서 일일이 점검하기는 어려워 일선 관리는 경찰이 담당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관리 대상 명단을 경찰청으로 보내면 주거지별로 관할 경찰서 정보과가 맡아 이들의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 감시 전담기구를 감사원 안에 두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감사원 한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을 감사하는 감사원이 민간인인 대통령 친인척을 모니터링하려면 헌법과 감사원법을 바꿔야 한다"며 "감사원이 독립기관이다 보니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집권 중 가족 비리가 없었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민정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청와대에는 친인척 관리 담당 비서관이 있었으며 대통령의 구미 생가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하는 경찰관을 상주시켰던 것. 타산지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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